[사설]농성 사망자 7억 원, 경찰관 1억3200만 원

  • 동아일보

용산 사건 사망자 5명에 대한 장례식이 355일 만인 지난 9일 치러졌다. 이른바 ‘용산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는 그들끼리의 ‘범(汎)국민장’을 끝내고 20일 1주년 행사를 마친 뒤 농성 현장을 떠날 예정이다.

우리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난제가 새해를 맞아 풀린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 사건은 큰 숙제를 우리에게 남겼다. 불법과 폭력을 동원한 극한적인 투쟁을 통해 ‘떼법’을 관철한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됐기 때문이다. 전국철거민연합회(전철련)의 극한투쟁과 야당 및 일부 시민단체들의 개입으로 사망자의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1년 가까이 끌어오다가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해결을 본 것이다.

지난해 말 용산 4구역 재개발조합과 유족 측 사이에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전철련 관계자와 세입자 등 농성 사망자 5명의 유족은 재개발조합으로부터 모두 35억 원의 보상금을 받게 됐다. 1인당 평균 7억 원이다. 반면에 같은 사건으로 숨진 경찰특공대원 김남훈 경사(당시 31세)의 유족에게 정부가 지급하는 보상금은 1억3214만 원에 불과하다. 유족들은 매달 191만 원의 연금(유족 연금 86만 원과 공무원연금 105만 원)을 받게 되지만 공무원연금은 공무원들이 퇴직할 때 요건만 갖추면 당연히 받는 돈이다.

농성 사망자들과는 달리 해당 경찰관은 이번 사건 현장에서 정당한 공권력을 집행하다 순직했다. 그러나 보상금 액수를 보면 불법은 큰 보상을 받고 합법적인 공무행위는 그에 비해 현저히 빈약한 보상을 받은 셈이다. 순직 경찰관의 유족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이 클 것이다. 이에 대해 전현직 경찰관 모임인 ‘대한민국 무궁화클럽’은 서울시와 시공회사가 순직 경찰관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관 동료들의 아픔과 요구를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화염병 투척으로 화재를 일으켜 6명을 숨지게 한 7명은 1심에서 징역 5∼6년 또는 집행유예 판결 등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같은 행위를 저질렀는데도 살아남은 농성자들은 징역을 살면서 사망자들의 죄과까지 갚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앞으로 경찰관이나 소방공무원, 군인들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몸을 던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 김남훈 경사에게는 1계급 특진 및 녹조훈장이 추서되고 대전국립현충원에 묻히는 영예가 따랐다. 하지만 그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가족들은 이번 사건의 처리 과정을 지켜보며 마음이 더욱 무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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