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류해일]충청인이여, 세종시 대안 스스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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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4일 03시 00분


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격심한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충청지역 내에서도 갈등은 예외가 아니며 오히려 더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일부 지방정치인은 내년 6월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극한적 갈등을 유발하여 극대 효과를 노리려는 듯이 행동한다. 여당과 야당도 이성적 논의보다는 힘겨루기와 감정 싸움하는 모습으로 비칠 때가 많다. 그러나 충청도의 일반사람은 무덤덤하게 생활한다. 식상해 하는 사람도 일부 있지만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합리적인 안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세종시 문제는 국가적 대사임에도 불구하고 국정과제라기보다는 지난 두 차례의 대선과 총선 과정 중 충청인 표심을 얻으려는 의도로 정치적 흥정 차원에서 결정한 데서 생겼다. 이 과정에서 충청인의 주체적 참여가 없었다. 세종시는 선물처럼 충청인에게 던져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서 행정수도라는 선물보따리를 처음 건넸다. 헌법재판소 판결 때문에 선물보따리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축소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누차 밝혔지만 충청인은 늘 우리 품에 있는 선물보따리를 빼앗아갈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가졌다.

정부는 세종시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비록 좋은 의도를 가졌다 치더라도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내 품 안의 선물보따리를 송두리째 빼앗지 않을지, 선물 중 일부를 빼앗거나 나쁜 것으로 교체하지 않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사실 세종시 원안을 살펴보면 문제점이 많다. 행정기능에 대해서는 이전대상기관과 시기를 법률과 정부고시로 상세히 규정한 반면, 자족시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전략이나 유치방안 없이 선언적 규정만 돼 있다. 자족용지는 주택위주 계획이어서 대학과 산업단지는 전체의 6.7%에 불과하다. 인구 50만 명을 위한 구체적 토지이용계획이나 유치 전략이 거의 전무하다. 원안을 토대로 세종시 건설의 취지를 살리기는 어렵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접근은 미숙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안을 만들지 않고 원안의 문제점부터 지적했고, 백지화 발언이 나오는 일도 통제하지 않았다. 충청인의 의심과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아직도 충청인이 참여하고 협조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 반대로 충청인을 소외시킨 채 논의를 이끌어 나간다. 서울대 이전문제만 해도 충청권의 어느 대학과도 논의한 적이 없다. 서울대나 서울사람만이 세종시를 교육과학도시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진정한 지역발전은 중앙에서 선물보따리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의 참여와 노력에 의해 이루어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용기도 능력도 부족하지만 방관자로만 남아 있을 수 없어 선진충청포럼에 참여한다. 선진충청포럼은 충청인의 참여와 노력으로 충청지역을 발전시키고 선진화시키자는 취지를 내걸었다. 세종시 문제에도 충청인이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논의하고 해결해야 한다. 다수의 말없는 충청인은 합리적인 수정안을 논의하는 데 참여할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본다. 선진충청포럼은 그런 충청인과 함께 세종시를 자족기능을 갖춘 명품도시로 만드는 데 참여하고 협력하고자 한다.

충청인 가운데 내게 돌팔매질을 하고픈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한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 정치적 흥정보다는 충청권이 발전하고 국가도 발전하는 방안을 함께 만들어 보자고! 외부사람이 충청인에게 던져주는 선물로서가 아니라 충청인 스스로가 세세하게 내용을 따져 함께 만들어보자고! 행정중심복합도시안이든 교육과학도시안이든 기업도시안이든 아니면 모두를 아우르는 복합안이든 내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합리적인 안을 도출해보자고!

류해일 공주대 교수 선진충청포럼 창립준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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