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혜실]한국 브랜드 홍보 네트워크 구축을

  • 동아일보

최근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 한국학과 한국어 배우기 바람이 일고 있다. 한국학 열풍이 아시아를 진원지로 이제 유럽에까지 불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에 온 이유를 물으면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에 반해서라거나 한국회사에 취직하고 싶어서라고 대답한다. 문화와 경제 교류, 그리고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한국어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음을 증명하는 현상이다.

경제와 문화 함께 알려야


정치 경제 문화의 상호교섭 현상은 디지털 시대 예술의 상품화와 밀접히 관련된다. 21세기는 자본주의가 의식산업에까지 침투해 정보가 이윤을 낳는 상품이 되는 시대다. 여기에 상품의 사용가치나 교환가치보다 기호가치가 강조되면서 상품의 미학성이 강조된다. 즉 제품의 기술력이나 사용의 편리함보다는 그 제품의 디자인, 그 사용이 소비자에게 주는 감성적인 만족도가 훨씬 중요해졌다.

이처럼 상품의 예술화가 진행돼 상품의 생산과 소비가 예술의 창작 및 향유의 방식과 닮아가기 때문에 경제가 문화와 만나고 국가 이미지가 경제력과 상관관계를 맺게 된다. 한국 문화의 대표선수인 한국어, 한글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 원인도 여기서 나온다.

광화문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이 섰다. 그 조형미나 운용 방식에 대한 비판을 논외로 한다면 일단 잘한 일이다. 이순신 장군이 민족 수호라는 내셔널리즘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한다면 정치 일번지의 세종대왕은 문화가 국가의 정치와 경제를 좌우하는 현 시대를 상징한다.

세계 6000개 언어 중에서 사용문자가 30개인 지금 문화민족으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만방에 떨칠 수 있는 한글의 창제자가 국토의 중심부에 상징처럼 버티고 있다. 삼성, 현대 등 한국 기업이 한국 드라마의 가치를 올리고 한국 드라마의 스타가 한국 휴대전화의 판매량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발전한 경제력은 외국인에게 한글을 배우게 하고 다시 한글의 이미지는 상품의 경쟁력을 높인다. 이제 이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활용해야 할 때가 왔다.

한국이 이미지가 없는 나라라는 기 소르망의 비판을 시인하면서 최근 정부는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려는 문화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외교 경제 문화 활동이 서로 유기적 연관관계를 지니지 않아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제 한국은 문화-산업-외교 네트워크를 제도적으로 가동할 때가 왔다. 그 방법으로 세계 여러 국가에 재외 문화포스트 설치를 제안한다. 물론 현재 미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베트남 등지에 코리아센터 또는 각국 대사관과 연계된 한국문화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문화원에서는 주로 한국 전통문화나 영상문화 정도를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재외 문화포스트 설치 바람직

그런데 문제는 이런 문화의 소개가 역동적으로 변모해 극적으로 융합되고 있는 최근 한국의 이미지를 총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을 알고 싶어 한다. 그들이 아는 한국은 문화, 경제, 정치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재외문화 포스트는 전일제 직원 1, 2명 외에 외교 분야에서 대사관과 영사관 직원, 현지 상공 회의소(산업, 무역 분야) 직원, 현지 문화원(문화예술 분야) 직원을 포함하는 조직으로 구성해야 한다. 여기에 현지 교포들과 유학생들을 적극 활용한다.

이 기관의 주요 임무는 문화산업과 자동차 전자제품 등 일반 산업의 해외 진출에 관한 업무, 해외 현지 문화의 분석, 산업 정보와 자료 수집, 한국의 이미지 제고와 관련한 협조와 공동 기획 등을 포함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한글, 드라마, 자동차, 휴대전화, 태극기를 같은 공간에 진열해놓자. 현지인들은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의 한국어 발음에 매료돼 한국 상품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최혜실 경희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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