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현택수]수사 불만 있다고 검찰 협박하다니

  • 입력 2008년 7월 12일 03시 00분


특정 신문에 대한 광고 중단 압력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관련자에 대한 출금조치도 했다. 그러자 항의전화가 쇄도한다고 한다. ‘쇠고기 파동’의 여파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촛불시위에 대한 보도 관점의 차이가 ‘미디어 전쟁’을 불러오더니만, 광고 중단 사건까지 발생하고, 검찰수사까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공권력 함부로 비난해선 안돼

검찰이 촛불시위에 이어 광고 중단 사건을 수사하자 일각에서는 정치검찰 운운하며 검찰의 정치적 개입을 문제 삼고 있다. 물론 한쪽의 주장일 뿐이다. 광고 불매운동이 정당한 소비자주권운동으로서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과, 폭언이나 협박이 수반된 소비자운동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범법행위라는 주장이 대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견해를 주장하는 데 있어서 상대방을 허위 비방하거나 협박해서는 안 될 일이다. 특히 함부로 공권력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행동을 할 때에는 아무리 정당한 주장이라 해도 취지가 훼손당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다.

언론의 보도관점과 논조가 맘에 안 든다고 언론사나 광고주에게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면 그 자체가 불법행위이고 궁극적으로 상대방의 자유를 침해한다. 소비자운동으로서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언론의 자유 등 상대방의 자유를 구속하는 일은 모순적인 행동이다. 더구나 검찰의 수사에 불만을 갖고 담당검사실에 수백 통의 항의전화를 하여 집단적 실력행사를 하는 것은 검찰을 압박하는 행위이다.

검찰은 일반인의 협박전화든, 청와대의 주문전화든 공권력 집행을 방해하는 어떤 외압에도 굴복해서는 안 된다. 외압에 영향 받지 않고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사회 갈등과 혼란에 편승하여 만연되는 불법행위를 조사하지 않으면 검찰의 직무유기이다.

물론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외압을 받아 과잉 수사를 하는 것은 직위남용이다. 검찰의 공권력은 영원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았지 한시적인 정권으로부터 위임받지 않았다. 검찰이 중립성을 갖고 법과 원칙대로 공권력을 행사할 때에만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우리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됐다. 정치집단도 여당일 때는 무조건 검찰을 옹호하다가, 야당이 되면 근거 없이 검찰을 의심하고 비난하는 일이 반복되곤 했다.

사회갈등이 만연되고 여론이 분열되어 혼란스러운 때일수록 우리 모두가 법과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상식과 도덕을 넘어선 일부 시민의 불법행위에 대해 더 는 온정적이거나 관용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그리고 검찰의 편향되지 않은 정당한 공권력 개입을 요구한다. 검찰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수사하고, 사법부가 올바른 판결을 할 때 우리 사회에 법이 있고 사회정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종판단은 사법부에 맡기자

광고 불매운동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은 사법부가 내린다. 검찰 수사에 불만이 있는 사람은 정치검찰이라고 비난하며 집단적인 실력행사를 하는 등 과잉 반응을 보이지 말고 일단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순리이다. 법치사회에서 법은 존중되어야 할 가치가 있고,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판결에 불만이 있다고 판사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면서 전화시위를 선동할 것인가. 혹은 청와대가 전화 한 통으로 판사를 좌천시킬 것인가. 사법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어떠한 압박행위도 있어서는 안 된다.

대다수 국민은 침묵하며 이번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 과연 어느 쪽이 법과 원칙을 지키며 사회 정의를 수호했는지 국민은 배심원으로서 지켜보고 역사적 판단을 할 것이다.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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