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 市議員들의 예산 끼워 넣기, 서민 외면하기

  • 입력 2008년 7월 9일 23시 02분


서울시의회가 4일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휴일 도시락 배달에 소요될 추가예산 2억 원을 삭감했다. 장기요양원 등 노인생활시설에 들어가는 운영비 및 인건비도 100억 원이 깎였고, 중증 장애인 자립 생활 지원비도 6억5500만 원이 삭감됐다.

반면 ‘청와대 앞길 및 주변 관광 명소화 사업’에 50억 원을 배정했다. 원래 계획에 없던 추가사업 60여 건을 시의원들이 끼워 넣으면서 예비비까지 230억 원을 책정했다. 주로 공원이나 가로변 정비 사업들이다.

환경정비사업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 고통 받는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것보다 더 급한 사업인가. 가난한 노인들에게 개당 2500원짜리 도시락이 하루 한 번 배달되지만 일요일에는 이마저도 없다. 대다수 노인은 토요일에 받은 도시락을 월요일 아침까지 두 번, 세 번 나눠 먹거나 굶어야 한다. 그래서 일요일에도 도시락이 배달되도록 추가예산을 요청한 것인데, 그 예산을 깎아버린 것이다.

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힘든 게 서민이다. 하물며 독거노인을 비롯한 저소득층 노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신두섭 수석연구원은 “2009년부터는 교부세 집행에 단체장의 자율이 확대됨으로써 복지 환경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한데, 벌써부터 지자체들이 복지예산을 외면하면 서민의 고통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이건, 지자체이건 형편이 어려울수록 사회적 약자부터 보살피는 것이 정치와 행정의 기본이다. 이를 북돋워야 할 지방의회 의원들이 오히려 생색내기용 민원사업 예산 따내기에만 매달린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런 의원들에게 어떻게 지방재정 심의를 맡기겠는가.

전국 246개 지자체 예산 규모는 올해 124조 원에 달한다. 중앙정부 예산(195조 원)의 63%에 해당된다. 서울시 예산만 20조 원이다. 그럼에도 지방의회의 예산심의는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 한결같다. 지방주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감사청구만으로 안되면 주민소환제 발동도 검토해봐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