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 대통령 對美日 외교, 國格 높이는 계기로

  • 입력 2008년 4월 14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이 내일 미국 일본 순방에 나선다. 특히 방미(訪美)는 국익 중시의 실용외교를 강조해온 이 대통령의 본격적인 정상외교 데뷔다. 대한민국의 새 지도자로서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신뢰를 얻을 수도 있고, 지난날 일부 전직(前職) 대통령들의 방미처럼 ‘안 가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물론 이번엔 후자(後者)의 경우가 없으리라고 우리는 믿는다. 이 대통령이 정상외교의 첫걸음에서부터 국익에 크게 보탬이 되는 성과를 얻는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책무감이 지나쳐 외교적 실수나 무리를 해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격(國格)을 높일 외교적 토대를 다지는 것이 긴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동맹국이자 경제, 인적 교류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의 대통령뿐 아니라 의회 경제계 등에 ‘믿을 수 있고 호혜(互惠) 가능한 지도자’임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한미 지도자 간의 신뢰회복을 바탕으로 이뤄야 할 최우선 과제는 동맹을 ‘윈윈 모델’로 복원하는 일이다. 한미동맹은 반세기가 넘도록 대한민국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주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10년, 특히 최근 5년간 우리 정부는 ‘달리 얻은 것도 없이’ 한미동맹을 금가게 한 잘못을 저질렀다. 한미동맹의 이완은 북한이 남한에 어깃장 놓는 버릇만 키우고, 핵개발을 막지 못한 한 요인이 됐다. 더욱이 일본 중국 러시아의 틈바구니에 낀 우리로서는 지정학적 위치로 보나,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경제 가치로 보나 미국만 한 동맹 상대가 없다.

다행히 전망은 어둡지 않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이 대통령을 캠프 데이비드 별장으로 초청했다. 그만큼 부시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다. 정상 간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국가외교의 핵심동력이라는 점에서 좋은 기회다. 두터워진 신뢰가 주요 현안의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를 진척시키는 일이 그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출국을 앞두고 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위한 5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할 만큼 강한 의지를 보였다. 미국 정부도 최선을 다해달라고 촉구한 셈이다. 두 정상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양국 의회에 강한 압박이 될 것이다.

북핵 폐기를 위한 철저한 한미공조도 물론 재확인해야 한다. 북-미가 북핵 프로그램 신고에 합의했다고 하지만 완전한 폐기까지는 요원하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특유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로 나올 수도 있다. 두 정상은 이번 기회에 ‘북한은 서울을 거치지 않고 워싱턴으로 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이간질로 인한 한미 갈등의 소지를 차단할 수 있다.

건전한 동맹관계는 한쪽의 일방적 양보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다. 벌써 미국 측에선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재(再)파병, 주한미군 기지 이전비용의 한국 분담 확대,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등을 한국 측에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동맹 복원을 ‘부담 떠넘기기’의 기회로 이용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양국관계의 호혜적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이 대통령 또한 사안에 따라선 분명하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 방문 또한 중요하다. 최근 4년 가까이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한일관계를 개선할 호기(好機)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서는 단호한 자세를 취하되 과거에만 얽매여선 안 된다. 이 대통령이 일본의 대한(對韓)투자를 확대해 만성적인 대일(對日) 무역역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축하사절로 방한했던 후쿠다 야스오 총리와 실용외교 원칙에 따라 ‘협력할 수 있는 문제’에 초점을 맞춰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두 정상이 2005년 6월 이후 중단된 셔틀 정상외교의 재개에 합의하기만 해도 작은 성과는 아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양국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