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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0월 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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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격투기 ‘K-1 월드그랑프리’ 서울대회가 열린 지난달 29일 서울 올림픽공원 제1체육관. 학교폭력예방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이종격투기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준다며 기자회견을 하다 주최 측에서 고용한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가는 등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호원들은 이를 취재하던 기자들도 거칠게 제지했고 일부 기자는 경호원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경찰이 출동해 경호원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기에선 최홍만이 미국의 마이티 모를 판정으로 이겼지만 모는 판정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모는 최홍만이 자신의 국소를 걷어찼지만 심판이 어떤 제재도 하지 않았고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모는 판정 문제를 K-1 측에 제소할 뜻을 비쳤다. 레미 보냐스키(네덜란드)에게 졌던 스테판 레코(독일)도 제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에 앞서 최홍만의 건강 논란도 심상치 않았다. 최홍만의 머리 속에서 종양이 발견되자 미국에서는 경기가 금지됐다. 그러나 최홍만은 한국과 일본에선 계속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최홍만 측은 건강 진단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선수의 프라이버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수 안전을 저당 잡힌 상업주의라는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날 경기장엔 1만6600여 명이 입장했다. 최고 22만 원에 이르는 입장권의 평균 가격은 7만 원 선. 입장 수익만 10억 원이 넘는다. 경기는 앞으로 전 세계 135개국에 중계될 예정이다. 흥행에서는 성공했지만 과연 진정한 성공이라 할 수 있을까.
태권도나 유도 대회가 열린다고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시위가 열리지는 않는다. 심신과 인격 수양의 도구로서의 무술을 내걸기 때문이다. 반면 이종격투기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 과격함과 야수성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이종격투기에는 더 엄격하고 안전한 선수 관리와 공정한 룰이 필요하다. 안전과 신뢰를 저당 잡힌다면 이종격투기는 부정적 이미지를 씻기 어렵다. 이렇게 외면받다 보면 결국 주류 스포츠계로 편입되긴 어려워질 것이고 시장에서도 패배할지 모른다.
이원홍 스포츠레저부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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