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시론①/송영대]핵폐기는 한반도 평화 출발점

  • 입력 2007년 8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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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열린다. 남북 정상회담이 남북관계 발전이나 평화통일을 위해 유용하고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 당위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시기와 장소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분명한 의제가 없다는 면에서 몇 가지 문제를 갖는다.

核논의 없는 회담은 무의미

임기를 몇 달 앞두고 물러날 대통령이 중차대한 남북문제를 임의로 결정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에 와야 할 차례인데도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 들어가는 모습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또 정부는 정상회담의 의제를 분명히 제시하지 못해 회담의 명분과 목적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매달린 데는 임기가 끝나기 전에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남북관계에 업적을 남기고자 하는 정치적 야망이 작용했을 것이다.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분위기를 조성한 다음, 대선에서 여권에 유리한 분위기를 제공하려는 생각도 했을 법하다. 무엇보다 여권은 정상회담의 결과물을 이용해 자기들은 ‘평화세력’이고 한나라당은 ‘전쟁세력’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선거판을 유리하게 반전시킬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수락한 데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엄청난 대북 경제지원을 해 왔다.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지원이 끊길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북한에 엄청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아야 할 절박한 상황이며 노 대통령 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좌파정권의 재집권을 도와줘야 할 상황이다.

다시 말하면 김정일-노무현 상봉을 통해 남한 내 반(反)보수 대연합, 즉 반한나라당 연합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놓고 볼 때 회담에 관한 두 정상의 기본 생각은 매우 정략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정상회담을 강행한다면 다음 사항을 유의해 주기 바란다.

첫째, 북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가져오는 회담이어야 한다. 핵문제를 북-미 양자 간 협의과제로 인식하는 북한을 상대로 핵문제의 실마리를 푸는 일이 결코 쉽지 않지만 북핵 폐기가 한반도 평화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여기에 다걸기(올인)할 수밖에 없다. 핵문제 해결의 진전 없이 끝나는 회담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둘째,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6·15남북공동선언에 명기된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방안의 실천을 고집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으로서는 6·15남북공동선언 중 유일하게 실천되지 않은 내용이 그들이 내놓은 ‘낮은 단계 연방제’이기 때문에 차제에 이의 실천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나 국가보안법 철폐 등의 전략목표를 달성하려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우리의 체제와 안보에 위해를 가할 북한의 흉계를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김정일 설득 실질적 성과 얻어야

셋째,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국내 대선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정상회담의 결과물을 갖고 감상적 평화무드를 조성하고 여권의 대선 전략에 이용할 경우 새로운 북풍 논란에 휩싸이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결과만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정상회담의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실효성 없는 한 장의 ‘평화선언’을 만드는 데 몰두하거나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양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원칙에 입각한 회담’이 될 때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송영대 숙명여대 겸임교수 전 통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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