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과 내신의 등급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는 정부기관 조사에서도 75%나 됐다. 특목고 내신 5등급이 수능 1등급이 되고, 일반고 내신 1등급이 수능 3등급이 되는 실정에 내신 위주로 입시를 치러 성적 우수자를 떨어뜨리는 것은 공평하기는커녕 비합리적인 역차별이다. 일부 대학은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15∼20% 이상 적용하면 합격자의 절반 정도가 뒤바뀐다”고 교육부 가이드라인이 무리임을 분명히 밝혔다. 국가기관이 주관해 수능을 실시해 놓고 정작 입시에서는 변별력이 높은 수능을 무력화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다.
이런 혼란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과 편 가르기 의도의 산물이다. 이념적 관점에서 교육 문제에 접근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특목고와 일반고, 서울 강남과 강북 및 지방의 대결로 몰고 가려는 잔꾀가 엿보인다. 내신은 집권 세력이 생각하는 것처럼 한국 교육의 병증(病症)을 치유하는 만능의 처방전이 아니다.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내신을 도입했지만 내신 과외가 등장하고 서울의 한 학교에서는 내신과 관련한 교사 비리가 드러나기도 했다.
교육부의 예견 능력 부족은 기회균등할당제 도입에서도 이미 확인됐다. 저소득층 자녀를 정원의 11%까지 추가로 뽑는 할당제가 지방대 공동화(空洞化)를 초래할 것을 예상하지 못한 점은 중대 실책이다.
교육부가 코드 입시 지침을 계속 고집하면 입시를 눈앞에 둔 수험생들만 당장 피해를 보게 된다. 교육부는 현실을 도외시한 입시 정책을 포기하고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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