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알려진 ‘8·31대책’은 세제 측면에서 과표(課標)를 실거래가격에 접근시키는 세제 현실화 방안 외에는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 등 대증(對症)요법에 치우쳐 있다. 종합부동산세의 가구당 합산과세는 위헌(違憲) 논란이 나올 정도다. 집값 파동을 낳은 저금리 부동산 담보 대출, 전국을 들쑤신 개발 프로젝트들, 부족한 주택공급 등 기초적 요인들을 가벼이 여기고 투기꾼 ‘타도’만 겨냥한다면 ‘대책’이라는 이름이 아깝다. ‘일부 지역 집값의 일시적 하락’ 같은 효과만을 위해 지금도 위축돼 있는 경기를 더 얼어붙게 하는 것은 결코 좋은 대책이 아니다.
건설·부동산 경기가 실종되면 비싼 집 가진 부자보다 서민과 중산층이 더 큰 피해를 보기 십상이다. 투자·고용·소비 등의 위축이 악순환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책 실무반장인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대책의 핵심은 공급 쪽”이라고 했지만 다양한 민간수요에 맞게 주택 공급이 확대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최근 크게 오른 미국 집값과 관련해 “이 때문에 내년 상반기 세계경제에 위기가 올 것이며 최소 3년 안에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시사적이다. 이런 충격까지 얹히면 우리 부동산 및 금융 시장이 더욱더 위축될 수 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26일 “미국 집값 폭등은 미국 경제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위험 요소”라고 경고했다. 후유증을 최소화할 정책적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에서의 정책 실패에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식으로 대응한다면 그린스펀 의장이 강조한 ‘경제가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유연성(flexibility)’을 해치게 된다. ‘누가 손해 보고 누가 득 보는’ 대책이 아니라 경제의 안정성과 성장력 회복을 위한 부동산시장 연착륙 대책이 긴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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