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여론광장/친환경 송도국제도시 공염불?

  • 입력 2005년 6월 4일 07시 53분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한 송도국제도시를 개발하는 인천시는 그동안 ‘환경친화적인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이 때문에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섰거나 앞으로 지을 예정인 아파트와 빌딩 등 모든 건물은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를 앞 다퉈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른 것 같다.

희귀조류 번식지인 송도국제도시 내 매립지 1공구 주변에는 4월부터 국제 보호종으로 지정된 검은머리갈매기와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325호) 등이 군락을 이뤄 번식하고 있다.

특히 검은머리갈매기는 전 세계를 통틀어 약 5000∼1만여 마리만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희귀종으로, 국제자연보호연맹(IUCN)도 취약종으로 분류한다.

갯벌매립에 따른 사후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4∼7월에는 조류들의 번식을 방해하지 않도록 매립지 주변 공사를 중단하고, 외부인의 출입도 통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런 권고사항을 모두 무시한 채 공사를 계속해 하고 있다.

검은머리갈매기를 국가가 1급 중점보호동물로 지정하고 번식지도 자연보호구역으로 보호하는 중국과 비교하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송도국제도시는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일컬어지는 갯벌을 매립해 조성함으로써 환경에 대한 원죄를 안고 출발했다.

따라서 친환경적인 도시계획과 관리방안을 수립해 개발사업을 추진해야 하나 인천시는 경제성만 따지고 있는 것 같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3월부터 민관학(民官學) 전문가가 참가하는 ‘경제자유구역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해왔다.

송도국제도시와 영종, 청라지구 등 경제자유구역 3곳 개발과 관련해 종합적인 환경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기존 조직으로 친환경적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상투적인 답변을 늘어놓고 있을 뿐이다.

시민과 환경단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채 친환경적인 국제도시를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인천시의 행정을 누가 신뢰할지 의문이다.

성이혁수 인천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부장 hisunglee@hotmail.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