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영 비자금 1200억원 어디로 갔나

  • 입력 2004년 4월 9일 18시 39분


건설업체 ㈜부영이 12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에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비자금 규모가 놀랍다. 기업주 이중근 회장이 개인 돈이라고 주장하는 300억원을 빼더라도 그 규모가 900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이 비자금의 행방을 찾아내면 지난 정부에서 급성장한 부영의 의혹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부영은 1997년 건설업체 도급 순위 80위권에서 지난해 1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 회사는 임대주택 건설사업에 주력해 전체 국민주택기금의 절반가량을 지원받았다. 정치권 실세와의 유착설이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 회장의 영장 내용에 ‘뇌물 공여’ 혐의가 기재된 것을 보더라도 뇌물수수 정치인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검찰에서는 ‘부영은 게이트 수준’ ‘총선 후 깜짝 놀랄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검찰이 본격 수사를 총선 이후로 미루면서 여러 갈래의 해석과 추측이 생겨 나고 있다. 특정 정파의 사람이 많이 다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부영 수사의 보복설, 음모설을 제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부영의 비리는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고 여야 캠프 모두에 불법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치인이 기업과 유착해 돈을 받고 뒤를 봐주고 특혜를 줬다면 어떤 정파, 어떤 캠프가 됐건 모두 밝히는 것이 옳다. 과거 성역에 해당했던 대선자금도 검찰 수사를 받고 사법처리 되는 마당에 부영 수사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비리가 드러났으면 살아있는 권력이든, 흘러간 권력이든 법과 원칙대로 수사하고 처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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