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LG카드 제대로 불 끄려면

  • 입력 2003년 11월 24일 18시 34분


LG카드 채권단이 긴급자금 지원과 채권 만기 연장 등을 통해 이 회사의 정상화를 지원키로 했다. 총채무가 21조원에 이르는 LG카드가 부도를 내고 그 충격으로 금융시장이 마비되는 최악의 사태는 일단 모면한 셈이다. 그러나 ‘카드위기’가 근본적으로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채권단의 지원은 제대로 실행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고 그 효과도 한시적이어서 미봉책의 성격이 강하다. 어제 금융시장이 동요한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카드위기 극복 여부는 앞으로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LG카드 대주주와 임직원들이 분명한 정상화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 중요하다. 이미 내놓은 증자(增資)계획을 대주주들이 책임지고 추진하면서 추가 자본 확충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임직원들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긴급지원으로 간신히 부도위기를 넘긴 마당에 ‘시늉내기’구조조정에 그치거나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휘말려서는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어렵다.

채권단은 정상화 지원에 합의한 이상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과거 ‘부도유예협약’ 등의 운용 사례를 보면 적잖은 채권금융사들이 겉으로는 지원에 합의해 놓고 ‘물밑’에서는 채권을 회수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나머지 채권자가 어찌되든 나만 살고 보자는 식이었다. 이런 ‘구태(舊態)’를 보이는 것은 지금 지원결정을 돌이키느니만 못하다.

카드위기의 1차적 책임은 신용관리를 잘못한 카드사에 있지만 정부 책임도 크다. ‘카드위기’ 경고는 이미 지난해부터 나왔다. 지금까지 무엇을 했기에 ‘관치(官治) 금융 시비’ 없이 문제를 풀 수 없는 지경이 됐다는 말인가. ‘관치 금융 시비’는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그러자면 금융사에 대한 사전 건전성 감독을 철저히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전체 금융시스템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투신권 등의 구조조정도 더 미적거려서는 안 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