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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26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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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가디언’지 인터넷판은 이 같은 제목으로 에든버러 페스티벌 리뷰 기사를 실었다.
“다섯 시간 걸리는 한국 오페라? 좋은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청중들이 나가버려도 놀랄 일은 아니다.”
여기서 ‘한국 오페라’란 완창 판소리 공연을 가리키는 말. 평론가 샬럿 히긴스는 에든버러 축제기간 중 판소리 ‘수궁가’를 관람 한 뒤 이렇게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 올해 에든버러 페스티벌에는 김수연 김일구 김영자 안숙선 조통달(공연 날짜순) 명창이 참가해 14일부터 18일까지 판소리 다섯마당을 완창했다. 한국 예술인이 프린지(주변무대)가 아닌 에든버러 페스티벌 공식 프로그램에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구인의 귀에는 이 공연의 목소리, 리듬, 음악 양식이 아주 낯설었다(Totally Alien).”
이 기사에 따르면 시작할 때 관객은 객석의 절반을 채우지 못했으며, 그나마 첫 번째 휴식시간에 스무명 이상이 나가버렸고 중간 휴식시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떴다.
물론 판소리의 예술적 위치나 품격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아니었다. 히긴스씨는 이 글에서 ‘친절하지 않은’ 에든버러 페스티벌 조직위측의 태도를 비판했다.
“축제기간 중 한국 현대음악 연주회 등 관련 행사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공연 직전 소개말은 어디로 갔는가? 관객들이 이 ‘미지의 영역(Terra Incognita)’에 대해 어떤 지식을 가질 수 있었겠는가?”
이 기사는 판소리 외에 베토벤 현악4중주 27곡 전곡연주 등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로그램의 ‘대규모화’ 경향을 비판한 뒤 ‘고전음악 등 친숙한 영역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 오히려 이 페스티벌에 더 필요하다’라고 결론지었다.
이 기사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주최측을 겨냥하고 있다. 그럼에도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한국측 공연기획단체도 낯선 문화배경을 가진 청중들을 좀 더 배려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전통문화를 해외에 소개하는 우리의 접근방식을 되돌아봐야 한다. 예를 들어 풍요한 문화전통을 가진 인도나 아랍권의 전통 성악가가 한국 관객들 앞에서 몇 시간 동안 자국의 서사문학을 낭송하듯이 노래한다면―그것도 배경설명 없이 간단한 프로그램 책자 하나만 준 뒤―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무대에 노래 부르는 창자(唱者)와 고수만이 등장하는 ‘판소리’라는 공연 형식을 서구인이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
유윤종 문화부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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