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월인천강지곡' 번역한 獨 함부르크大 삿세교수

  • 입력 2002년 3월 27일 18시 11분


“‘월인천강지곡’은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의 서사극을 연상시키는 긴장과 예술성이 있는 서사시입니다.”

중세 국어학 및 문학의 중요한 연구자료인 ‘월인천강지곡’을 최초로 외국어(독일어)로 번역한 독일 함부르크대 베르너 삿세 교수(61). 그는 6개월 전 내한해 지난 5년간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심혈을 기울여온 ‘월인천강지곡’의 번역 작업(소학사 간)을 마무리하고 28일 독일로 돌아간다.

유럽한국학회(AKSE) 회장인 그는 독일 유일의 한국학 관련 국가박사다. 독일의 국가박사는 한국의 석좌교수급에 해당한다.

“함부르크대에서 초빙 했을 때 국가박사 대우를 요구했어요. 중국학이나 일본학에는 국가박사가 있는데 한국학 분야에는 없었기 때문이지요.”

한국과의 인연은 1966년 장인이 전남 나주에 세운 기술학교의 일을 돕기 위해 내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독일의 도움으로 나주에 호남비료공장이 세워졌고 이곳에 온 독일 기술자들의 대표가 그의 장인이었다. 지금은 삿세 교수뿐만 아니라 자식과 손자들까지 한국말을 구사한다고 한다.

그는 성이 독일어 발음으로는 ‘잣세(Sasse)’이나 한국에서는 한국식 발음인 ‘삿세’로 불러주기 바란다.

삿세 교수는 ‘월인천강지곡’에 매료된 데 대해 “뛰어난 문학성과 서사성, 생동감 있는 문제와 언어뿐만 아니라 불교를 비롯해 당시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세 한국어를 독일어로 번역하는 것도 쉽지 않았으나 불교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을 독일인들에게 쉽게 풀어내는 게 더 어려웠습니다.”

그는 공역자이자 제자인 안정희 교수(함부르크대 아시아-아프리카연구소)와 함께 불교 관련 서적뿐만 아니라 산스크리트어 자료까지 뒤졌다.

삿세 교수는 앞으로 ‘두시언해’의 번역, 이두의 연구와 번역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