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수 패티 김 “에이즈 환자 손가락질 이젠그만”

  • 입력 2001년 11월 27일 18시 31분


“가슴속에 스며드는 고독이 몸부림칠 때 갈 길 없는….”

우리 가요사의 명곡인 ‘초우’의 첫머리처럼 현재 국내 에이즈 감염인 1500여명은 뼈저리게 고독을 느끼며 죄인처럼 살고 있다.

동아일보사와 한국에이즈예방재단은 우리 사회가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이들이 음지에서 나와 치료받도록 도와주는 것이 에이즈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해 공동으로 에이즈 예방 캠페인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초우’를 부른 가수 패티 김이 이 캠페인의 홍보대사를 맡았다.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에이즈 예방 캠페인에 관여했다가는 오해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런데도 예방재단 정광모 준비위원장의 요청에 선뜻 응했는데….

“지금껏 받은 팬들의 사랑을 그늘진 곳에 되돌려 주는 것은 가수로서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선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에이즈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국내에서도 누군가가 해야할 일이다.”

그는 지금까지 다른 사회 봉사에도 열심이었다. 수많은 자선공연을 벌였으며 최근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홍보대사, 한국여성단체연합 후원회장 등을 맡아 활동 중이다. 모전여전(母傳女傳)이랄까? 그의 큰딸 길정아씨(32)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직원으로 르완다, 코소보, 에티오피아 등을 거쳐 현재 아프리카 동부의 에리트레아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생활을 오래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와 에이즈를 대하는 시각이 어떻게 다른가.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에이즈를 ‘질병’으로 본다. 누구도 에이즈 감염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차별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명문화돼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에이즈 감염인은 자신의 상황을 떳떳이 밝히고 주위로부터 도움을 얻는다.사실 에이즈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배우자를 통해서나 수혈 등으로 억울하게 감염됐어도 주위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사회적 인식이 에이즈 예방과 퇴치의 장벽이 되고 있다. 이들이 환자로서 떳떳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그는 국내 에이즈의 실태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듯 “10대나 60대 이후의 노인에게도 환자가 생기는 등 에이즈가 급속히 확산될 조짐이다”고 우려했다.

-에이즈예방재단의 홍보대사로서 어떤 일을 하게되나.

“재단은 사회적으로 에이즈의 실체를 알리는 동시에 에이즈 환자를 지원할 기금을 마련한다. 12월 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한국에이즈예방재단 창립식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는 에이즈 예방 사이트(www.aidsfreekorea.or.kr) 클릭 행사를 갖는데 일반인이 이 사이트에 클릭하면 1000원씩 적립된다. 많은 분의 참여를 기대한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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