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아줌마합창단 '플라워 싱어즈'

  • 입력 2001년 3월 1일 18시 45분


6명 모두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한때 전문 합창단이나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이들이 가정을 이루면서 접어두었던 프리마돈나의 꿈을 다시 펼치고 있는 것.

무대가 빈과 밀라노, 뉴욕에서 일산신도시로 바뀌었고 청중이 클래식 애호가들에서 어린이들로, 부르는 노래는 성악곡에서 동요로 바뀌었을 뿐 음악에 대한 열정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지난해 9월 결성된 합창단은 소프라노 오현승(38) 최안나씨(39), 메조소프라노 오선(36) 김은주씨(37), 알토 이윤경(37) 정혜인씨(37), 그리고 유일한 미혼 피아노 이헌정씨(30)로 멤버를 구성하고 있다.

아파트 숲인 일산에 사는 이들은 온종일 학교와 학원 서너 개를 오가느라 바쁘기만 한 어린이들이 가요와 팝송은 잘 듣고 부르지만 정서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동요는 거의 접하기 힘든 현실을 안타깝게 여겨 합창단을 창단했다.

오현승씨는 “어른들도 요즘 어린이들처럼 동요를 들을 기회가 없기는 마찬가지”라며 “누구나 동요를 부를 수 있게 가르쳐주고 또 그들 앞에서 동요를 불러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창단 20여일 만에 갖게 된 첫 무대는 일산의 한 백화점 이벤트 행사무대.

잠시 어색한 긴장감이 흘렀지만 학창시절의 열정을 되살린 듯 어린이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던지며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이후 일산의 각급 학교에서 초청이 이어졌고 지난해 11월에는 제2회 한국동요음악제에도 참가했다.

같은 달에는 북한어린이 돕기 자선음악회를 개최해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방송사의 동요프로그램에도 출연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동요합창단들과 공동 음반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폭넓은 활동이 이어지자 ‘꽃 아줌마’들을 부르는 기관 단체가 늘어나 눈 코 뜰새 없이 바빠졌지만 매달 한 두차례 어린이 보육시설을 찾아가는 일 만은 한번도 거르지 않는다.

동요를 가르치고 불러주면 어린이들의 마음이 따뜻해지고 사회가 아름다워질 것이란 마음으로 합창단을 만들었듯, 조금더 어려운 어린이들을 먼저 찾아가야 이런 꿈들이 하루빨리 이뤄질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문의 031―812―5998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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