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빈소 표정]'문단 큰별지다' 애도 줄이어

  • 입력 2000년 12월 25일 18시 23분


25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서정주 시인의 빈소에는 장남 승해(升海·재미 변호사)씨와 차남 윤(潤·재미 심장전문의)씨 외에 미당의 동생 정태씨, 매제인 방한열씨, 큰며느리 강은자씨 등 가족과 제자들이 문상객을 맞고 있다.

부친이 위독하다는 급보를 듣고 이틀 전 미국을 출발해 이날 아침 서울에 도착한 장남 승해씨는 병원에 들어선 뒤에야 부친의 타계 소식을 들었다.

그는 오열 대신 임종을 지키지 못한 안타까움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미당이 임종 직전 남긴 말이 “괜찮다, 괜찮다”였다는 사실을 가족들로부터 전해듣고는 “임종을 지키지 못한 자신의 불효를 위로하는 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버님은 영(榮)과 욕(辱)을 모두 누리신 거인이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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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빈소에는 김재순 전 국회의장과 시인 신세훈 이근배씨, 김화영 민용태 고려대 교수, 정과리 연세대 교수, 미당시를 영어로 번역해온 안토니오 수사 등이 찾았다.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전두환 전 대통령,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 성춘복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조병무 한국시인협회 회장, 박맹호 민음사 사장 등 각계 인사들이 보낸 화환도 잇따라 도착했다.

빈소를 지키고 있는 문인들은 “성탄절 휴일인 데다 밤새 내린 눈으로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못 오는 것 같다”면서 “평일인 26일부터 빈소가 본격적으로 붐빌 것 같다”고 말했다.

○…빈소를 찾은 문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미당의 마지막 모습을 전해들으면서 미당의 문학 세계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24일 밤 미당의 임종을 지켜본 제자이자 시인인 최종림씨는 “미당은 옆에 있던 사람들의 손을 꼭 잡으신 채 꿈꾸듯 조용하고 평화롭게 돌아가셨다”면서 “특별히 유언을 남기신 것은 없었으나 수많은 시편들이 곧 유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선생께서는 사모님과 사별한 뒤 병원 치료를 거부하는 등 어쩌면 평생 해로한 사모님 곁으로 가고 싶어하는 눈치였다”며 안타까워 했다. 정과리 교수는 “앞으로 당분간 미당과 같은 큰 시인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누가 그의 대를 이을지 궁금하다”고 미당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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