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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17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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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가천의대 동인천 길병원 이수찬원장(40). 그는 98년 7월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수술한 환자에게 매달 한번씩 편지를 보낸다. 지난해까지 한달에 200∼300통이던 편지가 올해는 800여통으로 늘어났다.
자신이 자리에 없을 때 환자가 헛걸음하지 않도록 알리는 차원에서 시작한 편지는 이제 그와 환자들을 이어주는 소중한 ‘정신적 끈’이 됐다. 이원장은 관절염이 전공이어서 환자 대부분이 60세 이상의 할머니다. 이들에게 이원장의 편지는 가슴 두근거리는 ‘연애 편지’ 같다.
그는 처음 보내는 편지에 수술한 이유, 경과, 조심해야 할 점, 운동 방법 등을 담는다. 수술 전 사진을 편지에 동봉한다.
두번째 편지부터는 자식 입장에서 부모에게 전하는 듯한 정다운 이야기가 담긴다.
“올 겨울에는 잠시라도 휴가를 내 아이들과 함께 스키를 타러갈까 봐요. 무릎 관절염으로 고생하신 할머니께 정말 죄송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적군요.”
이원장은 또 아내와 사소한 말다툼을 하면 환자에게 누구의 말이 옳은지 판단해 달라는 편지도 쓴다. 의약분쟁 때는 고통을 드려 죄송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박신자씨(68·충북 충주시 용산동)는 “결혼 후 편지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이원장이 1년째 편지를 보내왔다”면서 “하루가 너무 행복해 편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장은 “환자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명의’보다 ‘자상하고 따뜻한 의사’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정규기자>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