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주가/하한가]"꿩목 쯤이야..." 엘리자베스2세 여왕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0시 45분


"어머머, 어쩜 여왕폐하께서 그럴수가..."

눈을 의심할 만한 사진 한 장이 신문에 실려 영국이 떠들썩하다. 지엄하기 짝이 없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왕가 사냥터에서 숨이 붙어있는 꿩의 목을 맨손으로 비트는 생생한 장면.

영국의 왕가는 조용한 날이 없다. 다이애나에서 시작해 찰스와 앤드루 추문 등이 잇따라 언론의 '표창'을 맞아 여왕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게 한 두번인가. 이제 여왕까지 구설수에 오르게 됐으니.

작년 4월 안동 하회마을에서 마루에 오를 때 신발을 벗어 맨발목을 보인 것조차 화제가 됐던 여왕. 동물보호단체들이 발끈한 것은 '당근'이다. "왕족이 즐기는 사냥은 야만성과 무자비함의 극치"라는 항의에 버킹엄궁은 "상처입은 새의 목숨을 끊는 것은 고통을 없애주는 가장 인간적인 방법"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는데, 이 무슨 속 보이는 수사(修辭)인가.

노블레스 오블리제. '품격에 맞는 의무'라는 말이다. 폐하의 '목 비틀기', 참으로 황공무지로소이다.

최영록/동아닷컴기자 yr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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