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네스트' 장경현 사장, "제2의 인생.com"

  • 입력 2000년 8월 8일 20시 19분


익숙하고 안정된 환경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대개가 그렇듯이 불투명한 미래에 몸을 던지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삼성종합화학 장경현(張京鉉·38)고문 변호사는 지난달 사표를 내고 훌쩍 벤처기업으로 떠났다. 외환위기 이후 빅딜 대상 기업으로 선정돼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던 삼성종합화학의 법률 고문이었던 그는 기업의 인수·합병(M&A)과 외자유치, 기술 특허 협상 등에 관한한 손꼽히는 전문가. 억대 연봉에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이었지만 그는 말그대로 ‘모험(벤처)’을 선택했다.

사이네스트는 직원 28명의 단촐한 벤처기업. 자체적으로 인터넷 솔루션을 개발하기도 하고 다른 닷컴 기업들이 갖고 있는 인터넷 솔루션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이를 필요로 하는 외국 기업들과 연결시켜준다.해외 마케팅 서비스 제공은 물론 벤처 캐피탈 역할까지 수행하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솔루션을 온라인 기업간전자상거래(B2B) 시장에서 거래시키겠다는 목표.

노스이스턴일리노이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뒤 켄사스주립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지난 95년부터 삼성종합화학의 법률 고문으로 일해왔다.

보수도 좋았고 무엇보다 안정적인 직장이었지만 이대로 밋밋하게 안정된 삶을 살아간다는 게 내키지 않았다.

대기업이 아닌 그동안 축적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간절하게 원하는 곳에서 발휘하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거렸다.

그러던 차에 그는 사이네스트로부터 CEO로 영입하고 싶다는 제의를 받았다.삼성 근무시절보다 절반도 안되는 연봉에 대우도 변변치 않았지만 주저없이 제안을 수락했다.세계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 마음에 들었고 패기와 정열로 뭉친 직원들의 ‘젊음’에 끌렸다.

“더 늦으면 영원히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아내를 비롯한 가족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지만 대기업이라는 안정된 틀이 아니라 아직 정비해야할 부분이 많은 벤처기업에서 내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싶었습니다.”

현재 동남아 국가를 비롯해 독일 홍콩 미국 등 세계 각국에 오프라인 유통망을 구축중인 그는 앞으로 한국의 독특한 솔루션을 세계에 전파시키켜 IT분야에서 한국을 세계 최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IT분야의 원천기술은 대부분 미국이 갖고 있지만 한국의 닷컴 기업들은 응용 기술이 대단히 뛰어납니다. 이같은 독특한 솔루션들을 제대로 알리고 필요한 국가에 전파할 수 있다면 전자산업에서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IT분야에서 한국이 세계시장을 석권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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