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가 황석영씨, 서울대서 '통일운동' 특강

  • 입력 2000년 5월 30일 23시 48분


소설가 황석영씨가 30일 서울대생을 상대로 자신의 문학세계와 ‘통일운동’ 등을 주제로 특강했다.

서울대 교지 ‘관악’이 황씨를 초청해 주관한 이날 특강에는 학생 100여명이 참석했다. 학교 당국의 정식 초청이 아니라 학생들의 초청에 의한 특강이지만 북한을 일곱 차례나 방문했던 황씨가 서울대에서 특강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

황씨는 분단 반세기를 상징하는 ‘오래된 50년’이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이제 ‘통일운동’은 남과 북이 모두 교과서적인 이념운동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통일운동’을 ‘평화운동’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황씨는 ‘평화운동’의 방법으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서로를 적으로 규정한 법적 제도를 철폐한 뒤 군축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대학생의 ‘통일운동’도 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총련 등 대학 운동권의 통일관련 슬로건은 대중이 못 따라갈 정도로 관념화되어 있다. 70, 80년대와 달리 ‘통일운동’이 왜소화된 지금엔 무엇보다 통일의 대중화를 기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황씨는 이어 “북한은 체제의 관료화로 인해 통일문제조차 ‘밥그릇’이 돼버린 상태라 자주적 ‘통일운동’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방북을 통해 느낀 소감을 피력하면서도 “북한이 우리의 ‘또 다른 자아’임은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시간 가까이 유머 섞인 입담으로 베트남전 참전, 사회운동 경험담, 해외망명과 감옥생활 등 굴곡 깊은 인생역정을 회고한 황씨는 강연을 마치면서 이렇게 주문했다.

“장사꾼들은 N세대라는 둥 번지르르한 말로 탈사회화시키려고 하지만 여러분이야말로 ‘통일 1세대’라는 점을 명심해달라.”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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