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日經連회장 내한 강연 "인원 정리땐 경영자도 책임"

  • 입력 2000년 5월 23일 19시 29분


‘아무리 어려워도 인원 삭감을 하지 않는 회사’로 유명한 일본 도요타의 오쿠다 히로시(奧田碩)회장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지난해 5월 우리의 경총(經總)에 해당하는 닛케이렌(日經連)회장에 취임, 경영자 입장에서 일본의 노사 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인물.

오쿠다 회장은 22일 한국ILO 초청 강연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봐서 ‘저 회사는 도저히 어쩔 수 없구나’란 판단이 들기 전까지는 경영자가 고용에 쉽게 손을 대서는 안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다음은 ‘고용 문제에 대응하는 노사정(勞使政)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이뤄진 강연 요지.

▽고용 유지는 경영자의 ‘책임’〓일본의 경우 업무 효율을 자극하기 위해 성과급이나 연봉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종신 고용, 또는 장기 고용의 기조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신(新)일본형’ 경제는 변형되거나 때로는 강화된 종신고용제에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오쿠다 회장은 지난해 5월 닛케이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안이한 인원 정리는 경영 책임의 방기”라고 질타했다. 고용을 실제로 창출할 수 있는 것이 기업이다. 고용을 유지하고 창출하는 일은 경영자의 최대 책무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종업원과 그 가족들이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은 경영자의 기본적인 책임이라는 인식이다.

그는 “리스트라(구조조정)를 고용 삭감의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은 사업 분야를 검토해서 집중할 분야를 선택하고 전략적 투자를 비롯해 경영자원을 집중시키고 효과적인 경영을 도모하는 행위라는 것. 고용 삭감 없이는 만족스런 구조조정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은 구조조정의 한 면만을 보는 편견이라고 강조한다.

“인원 정리는 온갖 방법을 다한 후에 하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모든 방법을 다하고 나서도 인원 정리를 할 수 밖에 없을 때는 그같은 사태에 이르게 된 경영상의 잘못에 대해 경영자가 무엇인가 책임을 져야한다.”

▽닛케이렌의 대책〓오쿠다 회장은 “고용을 만들어내는 것은 기업이지만 기업의 노력은 노사간의 협력이 있어야 결실을 맺는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노사가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

닛케이렌의 경우 98년 9월 산하 경제협회들을 서로 연결해 고용정보를 교환하는 네트워크를 발족시켰다. 지난해 10월에는 ‘한층 더 고용안정 노력을’이라는 문서를 통해 기업들이 안이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다.

오쿠다 회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데 더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노동력 공급이 감소되는 시대를 맞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오쿠다 회장은 “특히 여성의 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여성의 노동률은 49.6%로 남성의 76.9%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다. 종업원의 직업 생활과 가정생활을 양위할 수 있는 기업을 넓혀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출산과 육아를 지원, 존중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는 정부와 자치단체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