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기흥/ '독점철폐' 단호한 美정부

  • 입력 2000년 4월 5일 19시 54분


미국 연방법원이 4일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내린 뒤 미 법무부 관계자들은 승리를 기뻐하면서도 MS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MS를 상대로 한 소송을 지휘했던 조엘 클라인 국장은 “이번 판결은 아무리 막강하고 성공적인 기업일지라도 규칙에 따른 플레이를 거부하고, 미국의 소비자들을 위한 경쟁을 방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MS의 독점행위를 시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최종입장을 정리하지는 않았으나 법무부는 MS의 광범위한 독점행위에 종지부를 찍음으로써 소비자와 기술혁신, 경쟁을 보호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라인 국장의 발언은 MS의 독점행위가 관련업계와 소비자에게 미치는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미 정부가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MS에 대한 판결의 여파로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폭락하는 등 뉴욕 증시가 요동을 치고 있지만 미 정부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미국 경제의 토대가 튼튼한 만큼 일시적인 주가의 등락에 연연하기보다는 공정한 경쟁의 풍토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한 정부의 의무라는 것이다.

이러한 단호한 태도는 미 공무원들이 특정 대기업과 유착하지 않고 국민에게 위임받은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미 정부가 미국의 컴퓨터산업을 대표하는 MS에 너무 심하게 칼을 들이대고 있다는 MS 옹호자들의 비판이나, MS의 엄청난 로비도 미 공무원들의 업무수행을 막지는 못했다.

한국 정부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재벌의 폐단과 해악을 시정하기 위해 재벌의 개혁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지만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에 비춰보면 미 정부의 MS 다루기는 부러운 차원을 넘어 경외심마저 들게 한다.

한기흥<워싱턴 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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