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방정환(小波 方定煥)선생은 아이들이 어른의 소유물 쯤으로 여겨지던 시절, 아이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할 대상임을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 어린이라 불렀다. 늙은이 젊은이가 있으면 마땅히 어린이도 있다는 ‘선언’이었다. 선생은 1922년 어린이날 제정을 선창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내 아들놈, 내 딸년 하고 자기의 물건같이 알지 말고, 자기보다 한결 더 새로운 시대의 새 인물인 것을 알아야 합니다.”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었던 의암 손병희(義菴 孫秉熙) 선생의 사위이기도 했던 소파는 ‘사람이 곧 한울’이라는 인내천(人乃天)정신에 따라 서른둘 짧디 짧은 생애를 오로지 어린이 사랑에 바쳤다. 그 사랑이 세월의 강을 건너 시인의 마음에 닿았으니 선생의 탄생 1백주년인 올해 어린이날 아침은 한결 푸르고 싱그럽다.
▽그러나 현실로 눈을 돌리면 아직도 많은 우리의 아이들이 어둠속에 갇혀 있다. 특히 IMF가 터진 후 결식학생 수가 15만명을 넘어섰고, 학대 당하는 어린이도 96년 이래 해마다 배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마당에 연례적으로 어린이날 행사나 가진다면 참으로 어른들이 부끄러운 일이다.
〈전진우 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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