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정동진역 모래시계

  • 입력 1999년 2월 5일 19시 10분


국내 영화 팬들이 가장 보고 싶은 추억의 영화를 꼽을 때마다 수위에 오르는 명화 중 하나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 올해로 개봉된 지 꼭 60년이 되는 이 영화의 매력은 마거릿 미첼의 원작을 잘 소화해낸 비비언 리의 청순한 모습과 클라크 게이블의 중후한 연기에서 나온다.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미국 남부 조지아주의 목가적인 풍경이다.

▽영화 속의 아름다운 배경을 못잊어 하는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영화에서 타라목장으로 나오는 애틀랜타 인근 러브 조이의 탈매지농장은 관광명소가 된지 오래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가 아니었다면 태국 서부의 가난한 국경마을에 불과했을 칸차나부리도 명화 덕택에 세계적 관광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태국정부가 원시상태로 잘 보존된 칸차나부리의 자연과 콰이강의 다리를 엮어 관광상품화에 성공한 것이다.

▽TV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현장으로 유명한 강원 강릉시 정동진역에 세계 최대의 모래시계가 설치된다는 소식이다. 이미 해돋이 관광명소로 자리잡았지만 드라마 ‘모래시계’의 현장에 설치되는 7∼8m 높이의 대형 모래시계는 정동진역의 명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1월1일부터 가동된다니 역사적인 2000년대의첫 해를 상징하는 기념물로도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1t의 모래를 1년 내내 떨어지게 한 후 해마다 새해 첫날 0시에 모래시계를 뒤집으며 열리는 새해맞이 기원제도 새로운 전통이 될 게 틀림없다.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드라마가 국내에서만 히트, 정동진역이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점이다. 하루 빨리 우리 산하를 배경으로 한 세계적 명화가 나와 탈매지농장이나 콰이강의 다리처럼 세계인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가 생겼으면 좋겠다.

임연철<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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