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8년 도입된 국민연금제도가 전면개편된다. 국민연금을 현 상태로 운용할 경우 2025년에는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2033년에는 기금이 완전히 바닥난다는 분석에 따라 정부는 가입자들의 납입보험료 인상, 연금수령 시점 연장, 연금 수령액 인하 등의 방향으로 국민연금제도를 손질할 방침이다.
5백69만명의 직장인과 2백4만명의 농어민이 가입한 국민연금의 예고된 재정파탄은 한마디로 충격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국민연금이 이같이 된 책임과 부담을 고스란히 국민에게 떠넘기겠다는 발상이다. 국민연금의 재정불안정은 낮은 보험료와 높은 연금급여 등 도입당시의 설계 잘못과 방만한 기금운용 탓이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쪽에 있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제도개편 방향은 지극히 안이하다. 보험료는 많이 걷고 내줄 돈은 줄이면서 지급시기까지 늦춘다면 그것이 어떻게 국민을 위한 연금일 수 있는가. 연금지급 시점을 65세이후로 늦출 경우 정년퇴직후 노후생활보장의 의미는 크게 퇴색할 것이다.
정부는 연금제도 개편으로 국민부담을 늘리기에 앞서 기금의 합리적인 운용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 국민들이 어렵사리 모은 22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기금을 운용하면서 절반이 넘는 68%를 시중금리보다 1.5∼4.2%포인트나 싼 재정자금에 멋대로 예탁해 두고 있는 것은 문제다. 그에 따른 이자손실만도 연간 수천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지금처럼 연금을 계속 빌려쓴다면 원리금을 갚지 못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국민연금제도 개편과정에서 합리성과 형평성 확보는 필수적이다. 국민부담이 크게 느는데다 기존가입자와 신규가입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손질로 적자보전책만이 아니라 기금운용의 수익성과 공공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