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재집권 청사진은 일본을 괴물로 변모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는 헌법을 개정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변경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교과서 검정 기준을 바꿔 아시아 주변국에 대한 배려를 담은 ‘근린제국 조항’을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군국주의 시절 자행했던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다는 반론과 반증을 하고, 시마네 현이 조례로 정한 2월 22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을 정부 행사로 승격시키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중국과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공무원을 상주시키고 주변 어업환경을 정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베는 공약집에 ‘일본을 되찾는다’는 제목을 달았지만 전쟁 책임을 부정하고 이웃인 한국과 중국을 걷어찬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의 우경화는 국가위상 추락에 따른 초조감의 산물이다. 장기불황 속에 중국에 추월당하고 한국 등 후발주자의 급속한 추격으로 자신감을 상실한 나머지 역사를 부정하고 국제적 책임을 외면하는 극단주의로 이어졌다. 정치와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노력과 쇄신 대신에 아베와 자민당은 시대에 역행하는 무모한 선택을 했다.
일본에도 양심적인 정치인들이 있다. 위안부 강제동원의 책임을 인정했던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은 최근 일본의 국수주의와 천박한 민족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아베와 자민당은 한중일 3국의 미래를 위해 자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