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서 백조 된 ‘방과후 학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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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학교-마을 “동네 아이들 잘 키우자” 합심
도봉구 “공교육 살리자” 3년전 준비… 주민 ‘마을 강사’ 키워 직접 운영
5개 학교 생활 밀착형 수업 호평… 전국서 “노하우 배우자” 발길 늘어

도봉구 지역 초등학생들이 방과후 학교 인근의 북한산 생태탐방연수원을 찾아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으로부터 토종식물과 외래식물 구별법을 배우고 있다. 도봉구 제공
도봉구 지역 초등학생들이 방과후 학교 인근의 북한산 생태탐방연수원을 찾아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으로부터 토종식물과 외래식물 구별법을 배우고 있다. 도봉구 제공
지난달 29일 찾아간 서울 도봉구 방학동 방학초등학교는 조금 특별했다. 학교 복도를 걷다 보니 구 직원 6명이 일하는 사무실이 나타났다. 문패에는 ‘도봉 마을 방과후 활동 운영센터’라고 적혀 있다. 대체 왜 학교 안에 구청 사무실이 있는 것일까.

도봉구는 전국 최초로 올해부터 관내 초등학교의 방과후 학교를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 그간 학교 스스로 해야 할 일로 인식돼 온 ‘방과후 학교’ 사업에 ‘지자체, 학교, 마을 주민’이라는 삼위일체 시스템을 도입한 새로운 시도다.

방과후 학교 사업은 많은 학교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다. 당초 정책 취지는 학교 울타리 안에서 싸고 질 좋은 과외 활동을 제공해 사교육 폐해를 줄여보자는 것이었지만 박리다매를 노린 사교육 업체들이 너나없이 뛰어들면서 학원의 연장선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최저가 낙찰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엔 질적 하락도 심각해졌다.

도봉구는 3년 전부터 마을형 방과후 학교를 지자체 주도로 운영하기 위해 준비해 왔다. 2014년 전국 최초로 초등교사를 구청장 직속 ‘교육특별보좌관’으로 고용한 게 대표적인 예다. 박동국 도봉구 교육특보는 “서민층이 많은 지역 특성상 학교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의존도가 매우 높다”며 “공교육을 최고로 만들고 구의 브랜드로 살려보자는 지자체의 의지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박 특보는 교사직을 휴직하고 3년째 도봉구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도봉구는 교육특보 고용 후 학교 교육에 마을 자원을 접목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 구 직원과 교사들이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지역 내 장소와 사람, 이야깃거리를 찾아다녔다. 지역 주민 중 재능을 가진 이들은 ‘마을 강사’로 육성했다. 운동, 악기 연주, 요리, 바느질 등 각 분야의 마을 인재들을 구청·교육청 관계자 및 교사의 ‘3중 면접’을 통해 선발했다. 3년간 이렇게 키운 마을 강사는 현재 500명 수준에 이른다.

올해 초 도봉구는 방학초를 비롯한 도봉초, 신방학초, 월천초, 방학중 등 5개 학교와 마을 방과후 학교 시범 운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영어와 컴퓨터 등 교과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비교과 방과후 강좌를 구가 운영하게 됐다. 미리 양성한 마을 강사들을 차차 강사로 활용할 예정이다. 방학초 김보영 교사는 “학교는 업무 부담이 확 줄고, 아이들은 지역사회 어른들로부터 생활 밀착형 수업을 받을 수 있다”며 “지역 인재의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까지 있으니 1석 3조”라고 평가했다.

방학초 아이들은 정규 수업에서도 마을 밀착형 교육을 받는다. 5학년 학생이 용돈기입장 쓰기 관련 경제교육을 받을 땐 학교 바로 옆에 있는 ‘방학동 도깨비시장’으로 직접 나간다. 도깨비시장 상인회가 학생들에게 5000원짜리 온누리 상품권을 지원하고 아이들은 모둠별로 활동 주제에 맞는 물건을 구매한다. 교실로 돌아와서는 누가 더 효율적으로 구매했는지 장단점을 비교해 보고, 구입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시장에 나가 팔기도 한다. 상인회는 ‘일일 상인증’을 발급해 아이들의 살아있는 경제교육을 돕는다.

김 교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마을과의 협력을 통해 학교의 돌봄 기능을 강화하는 ‘온종일 마을학교’가 포함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학교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며 “교사 연수를 통해 방학초의 사례를 다른 지역에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박 특보는 “추후 돌봄교실까지도 구가 주도해 운영할 수 있도록 사업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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