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립유치원 부족 아우성인데… 신설 예산 다 깎자는 서울시의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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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경영 위기” 이유로 34곳 신-증설 242억 삭감 추진
공-사립 떠나 유치원 자체가 부족… 추첨 대란-밤샘 줄서기 현실 외면

 서울시교육청이 책정한 내년도 공립 유치원 신증설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는 내용의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감액안이 제출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계수조정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으나, 예산의 상당액이 삭감될 가능성이 높아 공립 유치원 부족에 따른 학부모들의 ‘추첨 대란’과 밤샘 줄서기 고통을 시의회가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2017년 교육비 특별회계 위원별 감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내년에 공립 유치원을 신설(19개 1284명), 증설(15개 312명)하기 위해 예산 242억여 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시의회 예결특위는 예결위원이 해당 예산 전액을 삭감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감액 현황 자료를 13일 시교육청에 전달했다. 공립 유치원 신증설에 대한 △근거와 타당성이 부족하고 △공립 유치원 공급 과잉으로 학생 수 미달 현상이 나타나 사립 유치원의 경영이 악화된다는 것이 감액의 주된 이유였다.

 감액안을 낸 주찬식 시의원(새누리당)은 12일 예결위에서 “(공립) 병설 유치원 신설 때문에 사립 유치원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황준환 의원(새누리당)도 “사립 유치원이 정원도 못 채우고 있어 공립 유치원에 재정을 투여하는 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 시내 유치원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시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공립 유치원을 늘리려고 하는 권역의 공·사립 유치원 유아 수용률은 평균 40.9%에 불과하다. 또 신증설 예정 권역에서 공립 유치원에 가려고 대기하는 어린이는 평균 1185명에 이른다.

 이에 앞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시지회는 공립 유치원 신증설 예산을 삭감하고 사립 유치원 지원을 늘려 달라는 내용의 문서를 시의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한 예결위원은 “학부모들은 국·공립 신설을 원하지만 사립 유치원의 반발이 너무 심하다”며 “의원들에게 ‘왜 공립 유치원 예산을 삭감하지 못하느냐’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시의회 측은 “공립 유치원 신증설 예산 전액 삭감은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니며 계수조정위원회의 조율을 거쳐 다음 주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
#공립유치원#신설 예산#서울시의원#사립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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