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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을사늑약은 국제법상 무효’ 하버드보고서 작성자 찾았다

입력 2015-11-19 03:00업데이트 2015-11-19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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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연구 발표… 당대 전문가 제임스 가너 교수가 써
1905년 11월 17일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하기 위해 대관정(지금의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맞은편)을 출발해 덕수궁 중명전으로 향하는 이토 히로부미 특사(마차에 앉은 왼쪽 사람) 일행. 이 사진은 1934년 경성부(서울시) 발행 ‘경성부사’에 나온다. 동아일보DB
국제연맹이 ‘을사늑약은 국제법상 무효’라고 밝혔던 이른바 ‘하버드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이 밝혀졌다.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국사학)는 20일 한국역사연구원 주최 ‘을사조약 110년 국제학술회의-1905년 ‘보호조약’, 그 세계사적 조명’에서 ‘한국 병합 무효화 운동과 구미(歐美)의 언론과 학계: 1907∼1936’을 발표한다. 이 교수는 이 주제 발표문에서 1935년 국제연맹의 ‘하버드 보고서’를 쓴 인물이 제임스 가너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교수라고 밝혔다.

국제연맹은 1935년 ‘조약법(Law of Treaties)에 관한 보고서’를 내면서 역사상 효력이 없는 조약 3개 중 하나로 을사늑약을 꼽았다. 나머지 2개는 1773년 러시아군이 폴란드 의회를 포위하고 분할을 강요했던 조약, 1915년 미군이 아이티 의회를 점령하고 승인받은 보호조약이다.

이 보고서는 국제연맹의 ‘국제협약 법전화 사업’의 일환으로 나왔고, 맨리 허드슨 교수가 이끄는 하버드대 법대 교수단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기 때문에 ‘하버드 보고서’라고도 불린다.

제임스 가너 교수는 1932년 국제연맹 자문단의 일원이 돼 국제협약 법전화 프로젝트 중 조약법에 관한 연구를 맡았다. 가너 교수는 국제법과 세계대전을 연구한 저명 학자로 프랑스 정부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 교수는 “가너 교수는 프랑스 학계와의 접촉이 잦았고, 을사조약 체결 직후인 1906년 프랑스의 국제법학자 프랑시스 레이가 조약은 무효라고 한 논문을 주요 근거로 들어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프랑시스 레이는 1919년 파리강화회의 때 프랑스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던 법률가다.

이 교수는 국제연맹의 이 보고서가 나오는 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노력이 직간접으로 효과를 냈다고도 분석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파리 대표부는 1919년 3월부터 파리평화회의를 상대로 한국 독립 청원 운동을 벌이지만 그해 6월 28일 “한국 문제는 평화회의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을 받는다. 이 교수는 “대표들은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제회의에서 한국 독립의 당위성을 역설했다”며 “국제연맹의 공식적 의견 표명은 한국의 청원에 대한 회답의 성격을 띤다”라고 말했다.

국제연맹의 이 보고서는 1963년 유엔 국제법위원회(ILC)의 “강제나 협박에 의한 조약의 비준 승인 수용 등은 무효”라는 보고서로 계승됐다. 이 교수는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의 국제법 관련 조직은 1905년 ‘보호조약’과 1910년 ‘병합조약’은 무효(null and void)라는 주장에 손을 들어 준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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