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의 밀회장소? 5만년전 두개골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1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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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 하이브리드 발굴현장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 하이브리드 발굴현장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의 하이브리드 두개골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의 하이브리드 두개골

히브리 성경 속 아담과 이브의 만남은 어쩌면 크로마뇽인과 네안데르탈인의 만남을 신화화한 것은 아니었을까.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무력충돌이 다시 발생한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에서 가까운 갈릴리의 마노에서 2008년 동굴이 하나 발견됐다. 3만 년 전 입구가 무너져 내린 뒤 세상과 차단됐던 높이 20m, 폭 50m, 길이 100m의 동굴이 굴착공사 도중 발견된 것.

이 동굴의 많은 방 중 하나의 암석 위에서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류의 두개골 일부가 발견됐다. 오랜 세월 이를 분석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고고학자들은 이 두개골이 5만5000년 전에 살았던 인류의 것이라며 크로마뇽인과 네안데르탈인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고 네이처 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두개 부분은 크로마뇽인이지만 다른 부분은 네안데르탈인의 특징을 보였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 발굴조사가 서남아시아 레반트 지역이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로 이주한 크로마뇽인의 길목이었음이 밝혀져 ‘아웃 오브 아프리카’ 가설을 확고히 뒷받침한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가디언 지는 이와 함께 크로마뇽인과 네안데르탈인이 최초의 사랑을 나눈 밀회장소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 하이브리드 발굴지점 지도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 하이브리드 발굴지점 지도

당시 유라시아는 네안데르탈인(호모 사피엔스)의 터전이었다. 현생 인류보다 골격이 큰 네안데르탈인은 17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온 호모 에렉투스의 후손으로 35만 년 전 유럽에 도착했다. 반면 현생 인류의 직접 조상인 크로마뇽인(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은 그보다 한참 뒤인 6만 년 전 아프리카를 출발해 4만 년경 유럽에 이르렀다. 이후 두 인류는 1만 년 넘게 공생과 경쟁 관계에 있다가 네안데르탈인은 사라지고 크로마뇽인만 남았다.

두 인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에 대해선 다양한 가설만 있을 뿐 뚜렷한 증거는 부족한 상황이다. 크로마뇽인이 네안데르탈인을 학살했다는 가설도 있고 손재주가 더 좋아 바느질 솜씨와 휴대용 돌칼을 지니고 다녔던 크로마뇽인이 빙하기 추위를 견디고 살아남았다는 가설도 있다. 두 인류 간 성교와 교배가 가능하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도 치열했다.

이번 발굴로 성교와 교배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단 하나의 유골이라는 점에서 일반화하기엔 성급한 면이 있다. 마노 동굴 발굴조사는 최소 2020년까지 계획돼 있어 추가 유골 발견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하지만 DNA 분석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과연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의 하이브리드(혼종)가 존재했을까. 발굴단을 이끈 이스라엘 허쉬코비츠 박사는 “오직 DNA 연구만이 그 문제를 풀어줄 것”이라고 답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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