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y 김연아]빙판에 내려앉은 천사, 김연아가 있어 행복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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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무대’ 소치 올림픽 앞두고 있는 김연아 선수의 모든 것

“골프처럼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부문도 1부 투어와 2부 투어로 나눴어야 했다. 하나는 김연아를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나머지 모든 선수를 위한 것이다.”

30년 넘게 겨울 스포츠 현장을 누빈 미국의 필립 허시 시카고트리뷴 기자(66)가 올해 3월 세계선수권이 끝난 뒤 김연아(23)에 대해서 쓴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2년간의 공백에도 김연아는 캐나다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218.31점을 얻어 2위 카롤리나 코스트너(197.89점·이탈리아)를 20점 차 이상으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허시 기자뿐 아니다. 김연아의 연기를 본 사람 중에 그의 연기를 극찬하지 않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연아의 어릴 적 우상이었던 미셸 콴(미국)은 “김연아가 빙판 위에 서면 눈을 뗄 수 없다. 모든 것이 완벽한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카타리나 비트(독일)도 “김연아는 누가 봐도 여왕이다”라고 말했다. 김연아의 연기를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심판들 중에서도 “김연아의 경기를 심판으로 지켜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김연아의 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년 2월 러시아 소치 올림픽은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까지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2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단 두 명뿐이다. 소냐 헤니(노르웨이)가 1928년 생모리츠 올림픽을 시작으로 3연패를 달성했고 이후 비트가 1984년 사라예보 올림픽과 1988년 캘거리 올림픽을 연속 제패했다.

이변이 없는 한 김연아는 내년 소치 올림픽에서 올림픽 2연패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자들과는 격과 수준이 다른 연기력을 펼쳐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오른 발등 부상으로 올해 그랑프리 시리즈를 건너뛰었지만 이달 초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204.49점으로 우승하며 건재를 알렸다. 점프의 높이와 비거리, 우아한 몸짓, 애절한 표정 연기까지 여전히 ‘여왕’의 모습 그대로였다. 부상 회복 후 첫 실전이다 보니 체력이 모자랐고 프로그램 완성도가 다소 떨어졌지만 내년 올림픽에서는 역대 최고의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가 많다.

사실 2000년대 여자 피겨는 김연아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기록한 78.50점과 프리스케이팅 점수 150.06, 합계 점수 228.56점은 여전히 세계 기록이다. 김연아는 2002년 신채점제 도입 후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200점대를 돌파했고 세계 기록도 11차례나 경신했다. 올림픽 2연패는 피겨 전설이 되기 위한 화룡점정이다.

아쉽게도 내년 소치 올림픽 이후 선수 김연아의 모습은 볼 수가 없다. 김연아는 이미 여러 차례 “소치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뒤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기 때문이다.

현재 김연아의 연기를 눈앞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은 훗날 자손들에게 ‘전설’ 김연아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많은 팬들이 “김연아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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