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 종북-폭력의 그림자]2005년말 北 “경기동부 이용대 박아넣어라”… 北 지령이 민노 당직 좌우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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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말 北 “경기동부 이용대 박아넣어라”… 北 지령이 민노 당직 좌우했다
선거 앞두고 정책위장 지목… 당내 일심회가 현실화시켜

“특히 당의 정책 작성 부문은 우리 기본 과업인 만큼 당직선거를 계기로 당 정책위원회를 완전 장악하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정책위원장으로는 경기동부의 이용대를 내세우고 그 밑에 우리의 영향하에 있는 사람들을 박아 넣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북한 노동당의 대남공작기관 대외연락부(2009년 225국으로 개명)가 민주노동당 지도부 선출을 1개월여 앞둔 2005년 12월 6일 민노당 당직자가 포함된 간첩단 ‘일심회’에 보낸 지령문의 일부다. 지령문은 경어체로 돼 있다.

[채널A 영상] 단독/北 “민노당 장악하라” 지령문 속 명단 보니…

지령문의 ‘당’은 민노당이다. 지령엔 민노당이 내세워야 할 당 대표, 사무총장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경기동부연합의 실세로 알려진 이용대 씨의 정책위의장 당선 등 대부분의 지령이 2006년 1월 치러진 당 선거에서 실현됐다. 북한이 경기동부연합을 핵심 당직에 기용하라는 지령을 통해 민노당 당직 선거에 개입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18일 지령 전문을 입수했다.

주목되는 건 북한이 지령문에서 당 대표, 사무총장보다 이 씨의 정책위의장(지령엔 정책위원장으로 표현) 당선을 가장 먼저 강조한 점. 특히 ‘경기동부 이용대’라는 표현을 쓰고 이 씨 밑에 북한의 영향력에 있는 사람을 포진시키라는 지령을 내렸다. 북한이 NL계(민족해방계열) 중에서도 경기동부연합에 의한 당 정책 부문 장악을 주요 지령으로 하달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씨는 2006년 1월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됐다.

▼ 北, 대표-총장 내세울 인물까지 일심회 지령문에 적시 ▼



2007년 서울중앙지법 25형사부의 일심회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용대 전 의장은 ‘수령’으로 묘사될 정도로 경기동부연합의 실세로 지목된 인물. NL계 인터넷매체 ‘민중의 소리’의 편집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동부연합 핵심인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몸통’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는 ‘민중의 소리’ 이사를 지냈다. 2005년 5월 ‘민중의 소리’ 창간 5주년 기념식에서 이 전 의장과 이 당선자가 함께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 전 의장은 2006년 북한 핵실험에 대해 이른바 ‘북핵 자위론’을 주장해 ‘전쟁과 핵을 반대하는 민노당 강령을 위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는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당 대표와 사무총장 선거에 대해서도 국회의원이 당직을 겸할 수 없는 민노당의 ‘공직·당직 겸직 금지’ 당규에 따라 구체적 지령들을 내렸다. 이 조항이 폐지될 경우 권영길 전 대표를 당대표로, 김창현 당시 사무총장을 다시 총장으로 선출하라는 것. 겸직 금지 당규가 유지되면 “문성현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대표로 하고 김창현을 사무총장으로 밀고 나가도록” 하거나 그것이 어려우면 “문성현을 대표로 내세우고 강병기를 사무총장으로 하는 안을 실현시킬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겸직 금지 당규가 유지되자 NL계는 대표 후보로 문성현 위원장을 내세웠고 그는 결선투표를 거쳐 2006년 2월 당대표로 선출됐다. 사무총장엔 김선동 현 의원이 선출됐지만 선거 과정에서는 지령대로 NL계가 김창현 당시 사무총장을 재신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지령은 선출직 최고위원들에 대해서도 “범자민통계열과 좌파계열로 적당히 배분하여 꾸리면 될 것”이라고 지시했다. 자주민주통일의 약칭인 자민통은 NL계 중에서도 지하조직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 선거 이후 치러질 예정이었던 서울시당 선거에 대해서도 “이미 계획하고 있는 그대로 밀고 나가면 되겠다”고 독려했다.

서울중앙지법의 일심회 판결문에도 일심회 총책이었던 장마이클(장민호)이 2005년 12월 6일의 이 지령을 접수해 일심회 조직원들에게 전했다는 내용과 지령문 일부 내용이 나온다. 장 씨에게서 지령을 전달받은 조직원 손정목 씨가 다른 조직원인 최기영 당시 민노당 사무부총장을 만나 지령을 전했고 최 전 부총장이 “당의 방향대로 대표는 문성현, 정책위원장은 이용대, 사무총장은 강병기를 각각 지지하기로 했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 당내 민족자주계열 전국모임을 소집했다”고 말한 부분까지 명시돼 있다.

또 지령문엔 “사업보고를 할 때 언제나 누가 언제 무슨 사업을 어떻게 조직하여 어떤 결과가 이룩되였다(이룩되었다)는 것,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계획하고 추진하고 있다는 식으로 좀 구체적으로 보고하여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훈계도 잊지 않았다. 일심회가 북한에 상시적으로 보고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용대#北 지령#민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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