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편지/김경환]인터넷 공간에도 ‘형사미성년자’ 표시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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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를 찾다가 우연히 심한 욕설이 가득한 글을 발견했다. 어떤 사람이 이런 글을 썼을까 궁금하기도 해서 글쓴이의 블로그에 방문했더니 놀랍게도 초등학생이었다. ‘인터넷에서는 이래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인터넷의 대중화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도 인터넷 공간에 많은 글을 남김으로써 공론의 장에 참여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전후 관계를 잘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쓴 댓글이 ‘베플(베스트 댓글)’이 돼 오피니언 리더로 추앙받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카페에 남긴 욕설은 그나마 눈감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음란사이트와 도박사이트 등에는 미성년자들이 상주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단지 오프라인 공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즉 온라인 공간이라는 이유로 그냥 방임하는 것은 불합리한 것 같다.

만 14세가 되지 않은 형사미성년자 역시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하지만 동시에 공동체 안에서 기성세대에 의한 보호나 계도도 같이 병행되어야 한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형사미성년자를 잘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기성세대가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보호해줄 수 있고 때론 지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는 설사 보호하고 계도하려는 생각이 있더라도 시도조차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형사미성년자인지 아니면 성년자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 공간에서 형사미성년자 표시를 하는 것은 어떨까 하고 제안해 본다.

‘약자 보호’라는 법 원리는 오프라인 공간이건 온라인 공간이건 모두 실현되어야 한다. 음파로 소통하는 오프라인과 전파로 소통하는 온라인, 그 소통의 도구가 다르다고 해서 기초적인 법 원리가 달리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형사미성년자의 보호’,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로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가치다.

김경환 변호사·서울 서초구 서초동
#인터넷#미성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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