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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이미지의 I.O.I(Image of Issues)] 멸종위기 수달 구워먹고, 수입한 돌고래는…

입력 2017-02-16 13:31업데이트 2017-03-2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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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한 엽기적인 소식에 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전북 장수경찰서에서 40대 농민이 멸종위기종인 수달을 총으로 쏴 죽인 뒤 구워먹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심지어 이 농민은 수달이 멸종위기종인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수달은 환경부가 지정하는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고 국제적으로도 멸종위기 야생생물(CITES종)에 등록된 동물입니다.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 67조에 따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을 포획·채취·훼손하거나 고사시키는 행위는 무려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중죄입니다. 물론 이 농민이 이런 엄격한 처벌 규정 내용까지는 자세하게 몰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법 위반 여부를 떠나 멸종위기종인 야생동물을 단순한 ‘호기심’에 죽이고 먹었다니 참 씁쓸한 일입니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2010~2016년 이렇게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훼손해 적발된 것이 총 42건이라 합니다. 생각보다 적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멸종위기종의 개체수가 그만큼 적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가지 않는 한 평생 단 한 번이라도 멸종위기종 야생생물을 만날까 말까일 겁니다.

그런데 수달도 1900년대 초까지는 우리나라 산과 개울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친숙한 동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죽과 고기를 위한 무차별한 살상으로 단 몇 십 년 만에 자취를 감췄습니다. 최근 도심 한강에서 수달 가족 세 마리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나오긴 했지만, 이렇게 한강에서 다시 수달을 볼 수 있기까지 걸린 세월이 44년에 이릅니다. 그나마도 ‘핵가족’ 생활을 수달의 습성을 감안할 때 추가 개체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입니다.

생태계만큼 비가역적인 것이 없습니다. 한 번 파괴하면 되돌리기 무척 힘들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멸종위기종들을 함부로 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단순히 그 종의 멸종으로만 끝나지 않을 겁니다. 생태계 먹이사슬 한 부분을 파괴하는 일이 될 것이며, 다른 종에 대한 훼손으로도 이어질 것이고, 나아가서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시가 우리에게 상상도 하기 힘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겁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차에 곧이어 울산 큰돌고래 폐사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9일 논란 속에 수입해온 울산 큰 돌고래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새 수족관에 입수한지 나흘 만에 돌연 사망한 겁니다.

돌고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에 해당합니다. ‘돌고래쇼’는 환경단체들이 가장 대표적인 악폐로 꼽는 동물 전시사례죠. 과거 제돌이 사례도 있었지만, 환경단체들은 꾸준히 돌고래들을 방사하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어류와 달리 포유류 해양생물들은 지능이 높아 수족관에 갇힌 생활이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고 결국 생명 단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돌고래의 본 수명은 30~50년인데 수족관 돌고래들의 수명은 길어야 20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더구나 울산 큰돌고래 건에서 문제가 된 것은 이 돌고래가 일본 다이지 마을에서 수입돼왔다는 점입니다. 다이지 마을은 철봉을 치는 소리 등 돌고래가 싫어하는 소리를 만들어 수십 마리를 한쪽으로 몰아넣은 뒤 포획하거나 잔혹하게 학살하는 방법으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은 곳입니다. 실제 이들의 이야기는 2009년 다큐영화로도 만들어져 선댄스영화제에서 수상했고, 우리나라에서도 한 지상파 방송이 실상을 방영해 큰 충격을 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안 그래도 2009년 개장 이래 5마리의 돌고래가 폐사해 ‘돌고래의 무덤’이란 오명이 붙은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굳이 이 마을의 돌고래를 수입해왔던 겁니다. 당연히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반대했고, 수입을 강행한 결과는 또 한 마리의 폐사로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정부는 수입 규정을 강화해 ‘비윤리적으로 포획한 야생생물에 대한 수입’을 규제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또한 수조 규모 기준도 높이고, 각 기관별 돌고래 개체수도 조정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육을 위해 전시를 그대로 두느냐, 돌고래의 생명권과 자유를 지키느냐 사이에서 난감해 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조만간 전문가들을 모아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는데, 현명한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해봅니다.

인도의 간디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그 나라 국민의 의식 수준은 그들이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간디의 말은 특히 서식지 훼손과 무분별한 포획으로 그 개체수가 급감한 멸종위기종 야생생물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서 대표될 수 있을 겁니다. 연이은 멸종위기종들의 수난 소식으로 우울했던 한 주. 부디 다음 주에는 이런 소식이 들리지 않기를 빌어보아요.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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