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강]B형간염 치료제 속속등장…더이상 난치병 아니다

  • 입력 2001년 12월 18일 18시 12분


난치병으로 알려진 B형 간염을 정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가 미국과 스위스 등 제약 선진국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제품화 직전 단계에 있어 그간 B형 간염으로 고통을 겪어온 환자와 가족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지난달 중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제52회 미국 간질환 연구학회에서는 최근의 간질환 연구 결과와 치료제 개발에 관한 자료가 대거 발표됐다. 특히 주목 받은 것은 B형 간염 치료제.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는 각기 엄청난 돈을 들여 개발한 치료제가 임상시험 각 단계에서 약효와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발표했다.

▽국내 간염 실태〓간질환은 한국의 40대 사망 원인 1위로 꼽힌다. 99년 간질환으로 사망한 40대는 10만명당 41.4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많았다.

간질환의 주범으로 꼽히는 것이 B형 간염 바이러스. 간질환 발병 원인의 70%를 차지한다. 국민의 5%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이며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간경화 간암 등 각종 간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90년대 말까지 인터페론-α 주사가 간염을 치료하는 거의 유일한 무기였다. 그러나 동양인에게는 약효가 적고 근육통 식욕감퇴 체중감소 등 부작용까지 있었다.

98년 간염 환자에게 새 희망을 준 것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사의 ‘라미부딘’(제품명 제픽스). 에이즈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B형 간염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효과가 밝혀져 두 가지 질병의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꾸준히 투여받으면 각종 간 수치가 정상에 가깝게 돌아오는 등 상당한 약효를 인정받았으나 점차 내성을 보이는 환자가 매년 15∼20%씩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기존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는 약품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실체 드러나는 신약〓이번 학회에 발표된 신약 가운데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미국 질리아드 사이언스사의 ‘아데포비어’(제품명은 아직 없음). 라미부딘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24주간 이 약을 라미부딘과 함께 투여한 결과 약효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3단계 임상실험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곧 시판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사의 ‘엔테카비어’(제품명은 아직 없음)와 스위스 로슈사의 ‘페지인터페론(제품명은 페가시스)’도 주목 대상. 엔테카비어는 투약을 중단한 뒤에도 재발 가능성이 적어 기존 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페가시스는 기존 인터페론 치료보다 효과가 뛰어나고 주 1회 투여만으로도 약효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치료제는 이달 말부터 국내에서 3단계 임상실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임상시험은 한국 BMS(02-3404-1333)와 한국 로슈(02-3451-3857)를 통해 국내 대학병원에서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신약이 간염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부작용도 있으므로 과신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신약개발 현황〓부광약품이 미국 조지아대 약화학과 주중광 교수와 함께 개발한 ‘클레부딘’(제품명은 미정)은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진행한 1단계 임상실험에서 간염 바이러스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입증됐다. 현재 2단계 임상실험이 진행중이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는 “B형 간염은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이지만 치료제 개발은 그동안 국가의 우선 정책 사업에서 밀려왔다”며 “중소 제약회사가 다국적 제약회사에 맞서 새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일”이라고 말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 감염경로와 예방법

B형 감염 바이러스는 주로 혈액을 통해 전파되며 정액 모유 침 등을 통해서도 감염된다.

특히 아기가 태어날 때 어머니로부터 병을 얻는 모자간 수직 감염이 가장 많다. 면역력이 약한 소아기의 감염이 그 다음으로 많다. 일단 감염되면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하기 힘들어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면 감염후 몇 십 년 뒤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어른 때 감염되면 90% 이상은 급성기를 거쳐 저절로 회복된다. 미열 피로감 복통 설사 등의 증세가 나타나고 1, 2주 뒤 황달과 함께 대변색이 엷어지고 진노랑색 소변이 나오다가 4∼12주 후면 회복된다. 이 때 과로 음주 등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낫지 않고 간경변증 간암 등으로 진행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확실한 B형 간염 예방법은 아기 때 예방백신을 맞는 것이다. 예방백신를 맞으면 90∼95%는 몸에 면역력이 생겨 간염 바이러스가 침입해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어머니가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이거나 환자라면 생후 12시간 안에 예방백신과 면역 글로불린을 함께 접종한다. 어머니가 정상이면 생후 2개월 안에 첫 백신을 맞힌다. 추가 접종 여부는 백신에 따라 다르다.

어른은 한 번 접종으로 항체가 형성되지 않으면 한 두 차례 더 접종한다. 나이가 들수록 접종 후 항체가 생길 확률이 떨어지므로 20대 이전에 맞는 것이 좋다.

◆ 임상실험의 단계별 특징

단 계

특 징

1

약물의 체내 흡수, 분포, 대사, 배설 과정 연구.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적정한 복용량 결정.

2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 조사.

3

특정 환자군을 대상으로 장기간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 확인. 기존 치료 약물과 비교 연구.

4

시판 후 안전성 추가 조사. 새로운 적응증 연구.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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