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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22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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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빅뱅과 진화론을 배우지만 교회에서는 성경에 기초한 창조론을 배운다. 행사에 참석한 한 과학자는 “‘과학과 성경이 상치되면 과학이 틀린 것이다’라는 목사님의 말을 듣고 다른 교회로 옮겼다”면서 둘의 대립이 여전히 큰 갈등으로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로버트 러셀 CTNS 소장은 “성경 자체가 당시의 첨단 과학을 받아들인 결과”라며 과학과 종교의 화해를 촉구했다. 러셀 소장은 “창세기의 창조 설화는 이스라엘 민족이 바빌론 포로 시절 당시 세계에서 가장 앞선 그곳의 첨단 문화와 과학을 통해 신의 창조를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때의 노력이 지금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학자도 종교에 마음을 열었다. 김희준 서울대 교수(화학부)는 ‘태초에 수소가 있었다’는 주제발표를 통해 “흔히 과학이 자연의 신비로움을 말살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신이 단번에 세상을 창조하지 않고 빅뱅후 150억년이나 지나 인간이 태어나도록 기다린 것이 바로 신의 사랑”이라고 말해 많은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현장의 종교인들도 과학에 대해 진지했다. 김승혜 수녀(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는 “성경 창세기는 하나의 상징이며, 중요한 것은 신의 뜻과 사랑”이라며 “종교는 ‘왜’를, 과학은 ‘어떻게’를 설명한다”고 밝혔다. 조계종의 진월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은 “과학을 통해 불교를 더 깊이 알 수 있다”고 말했으며, 감리교 신학대의 한 교수도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려는 근본주의 외에는 기독교와 과학이 모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행사 내내 과학과 종교의 상호 보완을 역설했다. 종교는 과학의 성과를 인정해야 하며, 과학 역시 종교의 경이로움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의 경이를 잃어버릴 때 과학은 파괴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20세기에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테드 피터스 미국 루터교 신학대 교수는 “생명과학 기술을 통해 인간은 신과 비슷한 공동 창조자의 지위에 올라섰지만 거꾸로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는 원죄를 낳았다”며 “과학자와 종교인이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같이 답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유교와 불교 등 동양 종교가 과학과 종교의 대화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동양학을 전공한 마이클 칼턴 미국 타코마 워싱턴대 교수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중시한 동양 종교의 시스템적 사고방식은 환경오염, 생명윤리 등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으며. 현대과학의 카오스 이론이나 인공지능에도 큰 진전을 줄 수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