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연어와 나무는 공생관계"…강가 나무 성장 3배 빨라

  • 입력 2001년 10월 25일 18시 59분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떼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떼
연어는 나무의 슈퍼 영양제.

미국 워싱턴대의 로버트 나이만 교수팀은 바다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와 강가에 사는 나무가 서로 이익을 주고받으며 산다고 ‘생태학지’ 최근호에 발표했다.

나이만 교수팀이 알래스카에 있는 여러 강가의 나무를 조사한 결과 연어가 올라오는 강가의 나무는 그렇지 않은 나무보다 무려 3배나 빨리 자랐다. 한 예로 연어가 많이 올라오는 강가에서 자란 86년 수령의 가문비나무는 보통 30㎝ 굵기지만 이곳에서는 50㎝를 넘었다. 이곳의 나무가 이처럼 빨리 자라는 것은 연어를 즐겨 먹기 때문이다.

연어는 태평양에 있는 풍부한 영양분을 먹고 크게 자란 뒤 강을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고 죽는다. 이때 연어 시체에 있는 질소와 인을 비롯해 다양한 영양분이 강으로 배출되고, 강가에 있는 나무가 이 영양분을 이용하는 것이다. 연어가 바다에서 강으로 영양물질을 옮기는 컨베이어 벨트가 된 셈이다.

연구팀은 바다와 강에 있는 질소 성분의 화학적 차이를 분석한 결과 나무들이 연어의 질소를 많이 이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나무의 나이테를 조사하면 과거에 연어가 얼마나 많이 올라왔는지도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나무 역시 연어를 돕는다. 나무는 강을 깨끗하게 하고 강가에 그늘을 만들어 연어에게 알 낳는 장소를 제공한다. 어린 연어들은 강에 떨어진 큰 나무조각 밑에 몸을 숨겨 적을 피한다. 이 물고기들이 바다로 갔다가 다시 강으로 돌아오면서 연어와 나무의 협력은 계속된다. 나이만 교수는 “지난 100년 동안 미국에서 연어는 90% 가까이 줄어들었다”며 “연어 수가 지나치게 줄어들면 강은 물론 강가의 숲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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