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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물질주의 가치 팽배할수록 영성적 평화 더 갈구하게 돼”

입력 2018-01-17 03:00업데이트 2018-01-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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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신년 인터뷰]<4·끝> 전흥진 원불교 만덕산 훈련원장
원불교 상징인 일원상 아래 ‘萬能(만능)이라 萬德(만덕)이오 만덕이라 如來(여래)니…’라는 법문이 새겨져 있다. 전흥진 교무는 “모든 사물에 능통하고 높고 숭고한 덕을 갖춘 이가 바로 여래(부처)”라며 “물질주의적 가치관이 팽배할수록 마음 공부에 더욱 힘써 영성적 평화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안=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원불교 4대 성지의 하나인 전북 진안군 만덕산(萬德山) 훈련원.

만덕산은 해발 762m로 높지 않지만 만 가지 덕을 베푸는 산이라고 해서 ‘부처산’으로도 불린다. 원불교에서는 창시자인 박중빈 대종사(1891∼1943)가 이곳에서 열두 제자와 최초의 선(禪) 훈련을 가져 초선성지(初禪聖地)라고 한다. 15일 훈련원장을 맡고 있는 전흥진 교무(48)를 만났다. KAIST 물리학과 출신인 그는 2000년 출가한 뒤 2007년 정남(貞男) 서원으로 독신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다.

―만덕산 훈련원은 교단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

“다른 훈련원도 있지만 만덕산은 초선성지로 원불교의 선 정신이 싹튼 곳이다. 대종사께서 원불교는 ‘천여래 만보살’이 나올 수 있는 교단이라 했는데 산 이름이 만덕이라는 것도 공교롭다.”

―이웃 종교와의 교류에서 이곳에 대한 반응이 좋다.


“훈련원은 진안 지역의 대표적인 표고버섯 재배지로도 유명했다. 일하면서 선 수행하는 영육쌍전(靈肉雙全)의 도량이었다. 지금도 한 해 2000명의 교무(성직자)들이 훈련한다.”

―KAIST 출신인데 어떤 계기로 출가하게 됐나.

“학창 시절부터 우주의 생성과 사람들의 행복에 관한 고민이 많았다. 부모님 반대를 이겨낼 자신이 없어 그래도 비슷해 보이는 물리학과로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 시절과 군 복무 이후에도 그 고민이 떠나지 않았고, 복학 이후 원불교와 인연을 맺어 출가를 결심했다.”

그의 고향은 경남 거창군으로 집안은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공부 잘하고 똑똑한 아들이 나중에 박사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 출가의 뜻을 밝히자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어떻게 설득했나.


“아버지는 내 고집을 꺾지 못하자 결혼을 단서로 출가를 허락했다.(원불교 교무는 결혼하지 않는 정남, 정녀가 있지만, 자유 선택에 따라 결혼할 수도 있다)”

―결국 정남 서원을 했는데….


“결혼한 교무님들 봐서 알지만 시간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다. 내 경우 출가 뒤 오롯이 수행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그래서 100일 기도 뒤 부모님에게 뜻을 밝혔다. 교단의 옛 어른들이 그런 것처럼 ‘심지를 뽑아’ 결정하자고….”

―심지를 뽑아서?


“그랬더니 아버지가 한마디로 ‘치아라’ 그러더라. 교단의 깊은 뜻은 모르겠지만 그렇게 중요한 걸 심지를 뽑아 정하냐고(웃음). 남의 집 귀한 딸 어떻게 고생시키겠느냐, 혼자만 고생하라고 하시더라.”

―물리학과 원불교 진리관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사 논문이 ‘원불교와 현대물리학의 진리관 비교 연구’다. 가장 큰 차이점은 물리학의 경우 주체와 객체가 분리돼 있다. 하지만 원불교를 포함한 종교의 세계에서는 마음의 세계와 물질의 근원 세계가 하나로 되어 있다.”

―물리학 차원에서 불교에 접근하는 시도들이 있다.

“진리에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지만 경험, 체득, 실천은 어렵다. 복잡한 생각으로 헤아리는데 집착하는 사량분별(思量分別)에 그치기 쉽다.”

―지금 행복한가.


“마음공부를 하면 할수록 만족감이 커지는 느낌을 받는다. 물질주의적 가치가 팽배할수록 영성적 평화를 더 갈구한다는 게 우주적 진리다.”
 
진안=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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