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가 사는법]㈜오브제 대표 강진영씨

입력 1999-03-21 18:26수정 2009-09-2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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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사이즈의 헐렁한 힙합 진, 약간 작은 듯 몸에 달라붙는 재킷, 10㎝는 족히 되어보이는 스폰지굽 신발.

패션디자이너 강진영씨(36·㈜오브제 대표). 6년전 이 땅에 ‘공주옷 신드롬’을 몰고온 남자다. ‘오브제 신화’는 현재진행형. 그의 브랜드 ‘오브제’와 ‘오즈세컨’은 지난해 5백억원 매출을 올렸다.

▼방해받지 않는 삶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아파트. 집안은 온통 하얗고 전기요금이 걱정될 정도로 조명등이 많다. 발에 ‘걸리는’ 가구는 몇 안 된다. 수많은 옷과 세간살이는 전부 하얀 벽 속의 붙박이장에 숨어있다. 무엇으로부터든 철저하게 자유롭고 싶고 방해받기 싫어서다.

사람 만나는 걸 어색해하는 그와 그의 아내(윤한희·36·㈜오브제 감사)는 그 안에서 ‘최대한 멍청한 상태’가 된다. 아무도 그 공간에 끼여들지 않는다.

4년째 타는 벤츠는 출퇴근용. 직접 차를 모는데도 운전은 영 싫다. 춘천으로 가는 길을 열심히 알아놓아도 정작 일요일이 되면 경춘가도를 탄다는 것이 겁나 그만두고 만다. 대신 힐튼호텔 수영장과 헬스클럽에는 꼬박꼬박 들른다. 수영이 좋은 이유는? “직업과 취미는 철저히 달라야한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는 옷을 아름답게 입히는 건데 수영장에선 옷을 벗게 되잖아요.”

▼소문난 일중독자

오전 10시 출근, 오후 10시 퇴근. 오전에는 2층 사장실에서 업무결재, 오후에는 5층 디자인실에서 ‘옷과의 싸움’이다. 일을 안 하면 불안하고 답답한 ‘증상’은 아직도 ‘완쾌’되지 않았다. 옷은 언제나 ‘정직’했다.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결과가 나왔다.

한달에 한번 정도 파리 도쿄 홍콩 등으로 직원들을 데리고 해외출장. 1년에 두번씩 혼자 떠나는 출장길엔 서점 박물관 전시장을 돌며 책 한더미, CD 한더미를 싸들고 온다. 요즘은 테크노음악에 끌린다. ‘모더니티에 약간의 디테일을 가미한’ 것이 ‘미니멀리즘에 약간의 아방가르드를 가미한’ 패션 트렌드와 맞물려서다.

▼종이인형 놀이

여자아이랑만 놀았다. 총싸움은 한두번 해보다 말았다. 인형놀이 소꿉놀이가 재미있었고 종이에 인형옷을 그려 입히는 게 좋았다. 대학 2학년 때 화실에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이란 걸 처음 봤을 때 어릴 적 인형놀이를 기억해냈다. 한국외국어대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학생이던 그는 그날로 패션에 빠졌다.

마이클 잭슨식 파마머리에 깡똥한 바지,흰 양말. 짝사랑하던 같은학과 동기가 그에게 눈길을 줬다. 홍익대 대학원 의상디자인과를 거쳐 아내와 함께 미국 유학. 샌프란시스코의 아카데미 오브 아트 칼리지에서 패션디자인 석사를 땄다. 히피문화와 게이문화가 어우러진 샌프란시스코의 ‘매력적인’ 정서 속에서 3년간 행복하게 패션디자인에 몰입.

“나는 행복하기 위해 옷을 만들어요.”

그는 ‘정상일 때 물러나겠다’고 한 패티김이 좋다. 그도 언젠가 ‘정상’이라고 느낄 때 ‘오브제’라는 이름을 누군가에게 탁 털어주고 당당하게 물러나고 싶다.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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