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대중문화 동반시대/대중가요 비즈니스]한국경우

  • 입력 1999년 1월 17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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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주먹구구서 기획단계로 ▼

국내 최대의 음반 유통업체인 ㈜신나라유통은 98년 우리 음반업계의 매출액을 최고 2천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97년과 비교할 때 절반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이 작은 규모로 개방의 빗장이 열리기도 전에 자생적 팬클럽이 생겨날 만큼 폭발적인 일본 대중음악에 대항할 수 있을까. 가수와 MC출신인 이수만이 89년 설립한 문화벤처기업 ‘SM기획’을 통해 그 가능성여부를 살펴보자.

96년 SM기획이 ‘만들어낸’ 그룹 ‘H.O.T’는 최근 3집앨범까지 모두 1백만장 이상을 파는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역시 이 회사가 만든 ‘S.E.S’역시 1집 60만장을 팔았고 2집은 현재 42만장을 넘어섰다.

SM기획은 출범 초기 음악비즈니스 전체를 담당하던 수공업적 체제에서 벗어나 음반관리를 중점으로 담당하는 ‘SM엔터테인먼트’(94년) 각종 CF와 부대사업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SM엔터프라이즈’(96년)로 나누었다. 음반기획과 제작은 물론 뮤직비디오와 캐릭터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개발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SM기획의 성공은 음악비즈니스에 당시로서는 생소한 마케팅 기법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정해익대표(SM엔터테인먼트)는 “소비패턴과 생활양식의 변화 등을 알기 위해 조사기관에 의뢰하는 등 공부를 꽤 철저히 했다”면서 “그 결과 10대가 가요시장의 주고객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나온 ‘히트공식’은 ‘고교생그룹+춤+노래+새로운 변화’.

이같은 분석을 통해 만들어진 프로젝트팀이 바로 ‘H.O.T’였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들은 10대를 겨냥한 음악 장르로 힙합을 설정했고 노래 춤은 물론 의상까지 단계적으로 상품화했다.

“새롭지 않으면 도태되게 마련입니다. 5명의 멤버들이 고교를 졸업하면 다른 이름으로 활동시키고 다른 고교생으로 2기, 3기 ‘H.O.T’를 만들려고 했지만 팬들의 요구에 밀려 지금까지 왔죠. 이것말고는 대부분 이 그룹을 탄생시키면서 가졌던 전략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이수만)

업계에서는 SM기획이 20여명의 직원으로 운영되는 작은 기업이지만 음반기획(이수만) 작곡(유영진) 매니지먼트(정해익) 등으로 분업화한 ‘황금분할’로 연속 히트작을 빚어냈다고 분석한다. “SM기획의 성장은 아티스트의 발굴과 좋은 기획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자본이 부족한 우리 업계가 연구할 만한 사례”라고 신나라유통의 정문교부사장은 말했다.

일본 가요의 우리 시장 진입에 대한 대책은 과연 있을까. SM기획은 시장개방이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이라고 전제, 우리가 적극적으로 세계시장에 나아가는 것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S.E.S’가 지난해 일본에서 싱글 음반을 냈고 2월경 ‘H.O.T’와 ‘S.E.S’가 대만에서 음반을 낼 예정이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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