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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교육 “취임 9개월 매일 지뢰밭 걷는 기분” 고충 토로

입력 2004-10-04 18:33업데이트 2009-10-0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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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영(安秉永)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취임 9개월간의 소회를 담은 편지 형식의 글을 국정감사 당일 e메일로 발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안 부총리는 4일 e메일로 학계 언론계 등 여론 주도 인사 9만3000여명에게 보낸 서한에서 “말이 아홉 달이지 하루하루를 정말 천 날처럼 힘겹게 보냈다”며 “늘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이었고 매일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안 부총리는 그동안에도 20여 차례에 걸쳐 여론주도층에 e메일을 보낸 적이 있지만 자신이 직접 글을 써서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안 부총리는 “대부분의 교육 쟁점은 여론이 반반씩 갈려 사회적인 합의가 불가능할 때가 많고 이념 갈등이 첨예해 문제 해결에 나설수록 갈등의 수렁에 깊이 빠져 들기 일쑤였다”며 “진보 쪽은 나를 신자유주의자로, 보수 쪽은 반시장주의자나 민중주의자로 매도해 협공 대상이 되곤 한다”며 괴로운 심경을 피력했다.

그는 또 “고교등급제 주장도 강력한 논거가 있지만 고교간 학력격차가 존재해도 이를 개인의 학력격차로 보는 것은 무리”라며 “내신 부풀리기는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고교등급제로 선회한다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부총리는 “대학을 옥죄고 전형자료나 과정을 들춰내면 대학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대학이 교과기록과 점수 한 점의 공정성에 더 집착하게 돼 자칫 학교교육과정을 중시하려는 의도와는 반대의 길로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교육부 국감에서 안 부총리는 편지에서 밝힌 자신의 소신을 거듭 강조하면서 고교등급제 적용 의혹 대학에 대한 특별감사를 놓고 여야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열린우리당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연세대의 올 1학기 수시모집에서 내신과 비교과 영역의 성적이 비강남 수험생보다 낮은 강남 수험생이 최종 합격한 것은 고교등급제를 실시했기 때문”이라며 특감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이주호(李周浩) 의원은 “특정 고교에 가산점이나 감점을 주는 식의 고교등급제는 반대한다”며 “그러나 학교간 학력차가 있는 만큼 고교에서 어떻게 차별화된 교육을 받았는지 내신에 종합 반영하는 고교종합평가제를 도입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안 부총리는 고교 평준화제도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면서 “학교간 학력차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수월성만 강조할 경우 교육의 평등성은 깨진다”며 의원들과 대립하다 “답변 태도가 좋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는 특감 요구와 관련해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단언하기 힘들지만 대학을 지나치게 파기 시작하면 자율성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특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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