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도 이전, 국회 열고 再論하라

  • 입력 2004년 6월 21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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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해 다수당으로서 ‘신행정수도 건설특별조치법’을 통과시킨 데 대해 사과했다. 국가 중대사를 국민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과 의견수렴 없이 졸속으로 처리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보다 한나라당의 책임이 더 크다”며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했다.

우리는 박 대표의 사과가 수도 이전 문제를 원점(原點)에서부터 다시 따져보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의 85개 국가기관 이전계획 발표 이후 수도 이전 문제는 본질은 간 곳 없이 정쟁(政爭) 차원의 논쟁으로 비화된 측면이 적지 않다. 이제 정치논리 아닌 국가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새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국회를 열어야 한다. 원(院) 구성도 못한 ‘식물 국회’ 상태를 하루빨리 접고 국가의 장래와 운명이 걸린 수도 이전 문제를 재론(再論)해야 한다. 수도 이전의 시기와 범위, 비용과 효율성, 재원마련 방안 등을 정파적·지역적 이해를 초월해 심도 있게 검토하고 검증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의 특별법을 폐기·수정할 것인지, 새로 만들 것인지 신중한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국민투표 실시 여부는 그 다음 순서다.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미 특별법이 통과됐으니 그대로 가야 한다며 ‘수(數)의 힘’으로 밀어붙이려 해선 안 된다. 국회에서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해놓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임시수도 건설 구상까지 들먹이며 야당을 압박하는 청와대의 자세도 성숙하지 못하다.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정책을 실천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실천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났을 때 고치고 가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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