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매거진]옛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숲 속 생활

입력 2001-03-12 11:43수정 2009-09-21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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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이들의 전통적인 식물이용법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높아지게 마련이다. 특히 나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곳에서 일하다보니 원주민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고, 그러면서 그들에 대한 궁금증이 자꾸만 불어났으니까 말이다.

이들은 18세기 중반 유럽탐험대가 도착해 현대적 문물을 접하기까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입고 살았는지, 삶에 필요한 각종 가재도구·집기 등은 어떻게 마련했으며 갑자기 아프면 어떻게 했는지 등등.

이와 같은 궁금증의 해답은 누차눌트 원주민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밴쿠버 섬 서해안에 사는 그들은 최근까지도 이 모든 것들을 숲속에서 해결해 왔기 때문이다.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

누차눌트 원주민들의 주식은 매년 가을, 알을 낳기 위해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오는 연어였다.

그동안 원주민들의 식량을 이야기 할 때 식량자원으로서의 연어의 비중이 워낙 컸기 때문에 그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지만, 산딸기와 같은 각종 열매들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었다.

원시림 속에는 이른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열매를 맺는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 널려 있다. 이른 봄에는 핑크빛의 조그만 꽃을 피우는 '새먼베리(Salmon berry)'라는 관목류 식물이 있다.

이것은 5월 하순부터 6월초까지 열매를 맺는데, 원주민들은 열매뿐만 아니라 봄철에 나는 새순의 껍질도 벗겨 먹었다. 이 열매는 수분이 많아 다른 열매처럼 건조시켜 딱딱하게 가공할 수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날 것으로 바로 먹었다.

일부지역에서는 새먼베리 열매가 열리면 연어가 돌아오기 시작한다고 짐작했다.

새먼베리가 지고 난 7·8월에는 '팀블베리(Thimble berry)'가 나오기 시작한다. 새먼베리와 마찬가지로 새순과 열매를 따 먹었는데, 새먼베리보다 물기가 적어 말려서 과자로도 만들어 먹었다.

팀블베리가 사라지는 9월경엔 '레드허클베리(Red Huckleberry)'나 '스팅커런트(Stink currant)' 열매가 열리고, 레드 허클베리가 사라질 때쯤이면 '번치베리(Bunchberry)'가 늦가을까지 열매를 맺으며, 겨울에는 '에버그린 허클베리(Evergreen Huckleberry)'가 열려 거의 일년내내 숲속에서 열매를 구해 먹을 수 있었다.

바닷가 근처에 살던 원주민들은 바닷가에 많이 서식하는 '실버위드(Silverweed)'의 뿌리줄기를 캐서 삶아 먹었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건조시켜 저장해둔 연어나 말린 열매가 다 떨어지면 이듬해 강을 따라 연어가 다시 올라올 때까지 마치 우리나라의 보릿고개처럼 허기에 찬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숲속에서 사냥을 하거나 여행 도중 허기를 느낄 때면 '사슴고사리(deer fern)'의 잎을 씹으며 허기를 달랬다고 한다.

▼음식은 어떻게 만들어 먹었을까?▼

그들이 음식을 만들어 먹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우선 장작불을 피운 뒤 주먹만한 돌덩이들을 장작불 속에 넣고 오랫동안 달군다. 충분히 뜨겁게 달구어진 돌을 나무집게 등으로 끄집어내어 1m 깊이로 판 구덩이에 넣고 그위에 다시마같은 해조류를 얹는다.

거기에 다시 '팀블베리(Thimble berry)' 잎을 깐 다음 잡은 고기를 얇게 썰거나, 뿌리줄기를 먹는 '실버위드(Silveweed)'의 뿌리를 깔고 그위에 '칼고사리'나 '살라(Sala)'의 잎을 깐 후 '시다나무'의 안쪽 껍질로 짠 거적 같은 것으로 만든 덮개를 덮고 2시간 이상 찐다.

충분히 쪄진 음식은 오늘날의 가스불이나 전기 스토브로 요리한 음식보다 훨씬 맛있다. 요리할 때 구덩이 속에 깔던 재료는 모두 숲에서 가장 흔한 식물들로부터 구해 썼다. 음식이 다 만들어 지면 '스컹크 배추(Skunk cabbage)'의 넓은 잎사귀를 이용해 음식을 담기도 하고 음식을 싸서 포장하기도 했다.

▼용변 후 뒤처리는 어떻게 했을까▼

옛날 사람들은 변을 본 후 무엇으로 닦았을까 궁금해 한 적이 있었다. 마침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원주민 전통식물 이용방법을 연구하던 사람이 특강을 나와 물어보았는데 그녀는 '팀블베리 잎'으로 닦았다고 대답해주었다.

'팀블베리(Thimble berry)'의 잎은 넓으면서 감촉이 부드러워 용변 후 뒤처리하는데 제격이었다. 나도 그 이후 숲속에서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데 표면이 부드러워 응급시 화장지 대용으로 손색이 없다.

▼총명한 자식을 갖기 위해 어떻게 했을까?▼

보통 '사슴고사리'의 잎은 한가닥이 대부분인데 간혹 두 가닥으로 갈라지는 것이 있다. 아이를 둔 원주민 여인들은 이렇게 끝이 두 가닥으로 갈라진 사슴고사리를 발견하면 따서 아이에게 먹였다.

이를 먹으면 두뇌가 발달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학생들과 함께 숲속에 들어가 이같은 사슴고사리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는데, 호기심에 찬 일부 학생들은 주저 없이 뜯어먹기도 했다.

▼감퇴한 정력을 어떻게 회복시키려 했을까▼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옛 원주민들도 쇠퇴한 정력을 회복시키는데 큰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작년 야생고래를 작살로 잡아 국제환경단체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던 누차눌트 계통의 '마카족 (미국 워싱턴주 올림픽반도 서북쪽 끝)'들은 쇠잔한 정력을 되살리기 위해 '가짜 골짜기의 백합 (False Lily of the Valley)'의 뿌리즙을 달여 마셨다고 한다.

'가짜 골짜기의 백합'은 숲속의 바이아그라 였던 것이다.

위에 소개한 것 외에도 수많은 식물들이 식용, 약용 그외 다양한 용도로 이용되었다.

숲은 원주민들에게 식량 창고이자 약국·병원이기도 했던 것이다.

글·사진 /탁광일 임학 박사·School for Field Studies 교수

(이 글은 생명의숲 웹진 3월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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