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태의 월가리포트]절묘한 ‘금리동결’

  • 입력 2002년 1월 31일 17시 45분


일반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주식시장은 하락한다. 반대로 금리가 하락하면 주식시장에는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이것은 원론적 의미에서 주식과 채권간의 자산대체성에 근거하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투자자들은 채권이나 은행예금에 돈을 넣어두기 싫어진다. 채권 등에서 빠져나온 돈은 채권과 대체관계에 있는 주식으로 흘러들어 주가가 오른다는 논리다.

그러나 주가가 경기를 반영한다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해 11차례에 걸쳐 연방기금금리를 최근 40년 이래 최저치인 1.75%까지 내린 것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투자를 유지하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필요했던 것이다.

따라서 금리 인하는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경기가 좋지 않다면 주가도 오르기 어려울 것이다. 금리 인상시점이 오히려 주식의 매수시점이라는 역설도 나올만하다.

사실 미국의 투자자들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향후 경기회복의 기대와 월말의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를 함께 가지고 있었다. 경기도 점차 회복되고 금리도 다시 한번 내리게 된다면 주식시장에는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11일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미국경제에 아직도 위험이 남아있다”는 발언을 한 이후 주가는 하락했다. 금리의 추가인하의 가능성은 커졌지만 경기회복의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반면 지난주 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있었던 그린스펀의 낙관적인 경기전망 이후에도 주가는 크게 오르지 못했다. 경기 회복의 기대는 살아났지만 기대했던 금리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실망감이 시장에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과 30일에 열렸던 연방기금금리 결정을 위한 FOMC회의에서는 금리를 내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발표 직후 주식시장은 반등을 보였다.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회복을 앞둔 경기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현재의 낮은 금리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FOMC의 의견이 큰 역할을 했다. FOMC는 ‘경기회복’과 ‘낮은 금리’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묘수를 둔 셈이다.

김남태<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knt@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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