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세로 가는 길]과세특례-간이과세제도

  • 입력 1999년 7월 4일 18시 37분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연재되고 있는 ‘공평과세로 가는 길’시리즈 1회에서 5회까지는 직종별 탈세의 실태와 자영자의 목소리를 소개했습니다. 6회부터는 공평과세를 위해 현행 세제와 세정이 어떻게 개혁되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6회의 과세특례제 및 간이과세제에 이어 7회 금융종합과세, 8회 표준소득률, 9회 과세환경, 10회 세무조사, 11회 사회보험개선방안, 12회 여론조사 등이 이어집니다.》

대부분의 조세전문가들은 자영자와 근로소득자간의 세부담 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과세특례 및 간이과세제도를 꼽는다. 영세사업자를 돕기 위한 이 제도가 고소득 자영자들의 탈세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으며 이 제도를 폐지하기만 해도 공평과세가 상당히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세특례 및 간이과세제도는 어떤 제도이고 자영자 세금탈루의 주범으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 제도는 부가가치세를 내야하는 사업자 중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우리나라는 77년 세계에서 23번째로 부가가치세를 도입했다. 징세비용이 낮고 직접세에 비해 조세저항이 작은 부가세를 부과함으로써 개발경제시대의 엄청난 재정수요를 충당하고 세금계산서를 주고받게 함으로써 탈세를 방지하자는 취지에서였다.

현재 부가세가 전체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설 만큼 세수확보 효과는 컸지만 탈세방지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이는 바로 세금계산서 수수의무가 없는 간이과세 및 과세특례제도 때문.

현행 세법에 따르면 연간매출액이 1억5000만원 이상일 경우 일반과세자로 분류해 매출액의 10%를 부가세로 물리고 있지만, 1억5000만원미만∼4800만원이상(간이과세대상)은 업종에 따라 2∼5%, 4800만원미만 사업자는 2%의 부가세를 부과한다.

또 2400만원 미만 사업자는 소액부징수 대상자로 분류해 부가세를 물리지 않는다.

문제는 과특 또는 간이과세자가 너무 많으며 고소득을 올리는 자영자들이 이같은 혜택을 받기 위해 영세사업자로 위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97년말 현재 부가세 징수대상자는 법인 19만여명을 포함해 293만여명. 이가운데 간이과세자(49만여명) 및 과세특례자(124만여명)는 173만여명으로 전체 부가세 과세대상자의 59%에 이른다.

반면 이들이 내는 부가세는 97년 우리나라 전체 부가세 수입의 1.7%에 불과해 간이과세 및 과세특례자에 대한 소득파악이 얼마나 허술한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참여연대가 국세청 내부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과특 및 간이과세제를 폐지해 탈세를 막을 경우 연간 9조5780억원의 세수가 증대할 것으로 예측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 때문에 세금계산서의 유통질서가 어지러워지고 근거과세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데 있다.

간이과세 또는 과세특례의 혜택을 받으려면 매출액을 낮춰야 하고 이 때문에 매입세금계산서를 받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류도매상을 운영하는 A씨는 분기마다 1억원 정도를 제조업체로부터 매입하고 있지만 자신과 거래하는 소매상들이 계산서를 받으려하지 않아 큰 고민거리였다.

자신은 제조업체로부터 1억원의 매입세금계산서를 받는데 소매상들에게 끊어주는 매출세금계산서는 3000만원에 불과하다는 것. 그런 A씨에게 ‘자료상’이라는 구세주가 나타났다. A씨는 자료상에게 나머지 매출액에 대한 매출세금계산서를 끊어줄 수 있었다.

자료상은 매입세금계산서가 필요한 또다른 자영자 B씨에게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받고 팔게 된다. B씨는 전체 수익중 비용부분을 늘려 순이익을 줄임으로써 세금을 적게 내고 싶어하는 경우.

이같은 자영자들의 부가가치세 탈세는 곧바로 소득세의 탈세로까지 이어진다. 부가세 탈세를 위한 매출누락은 자연스럽게 소득의 축소 조정으로 이어지고 이는 소득세 탈세를 수반하게 되는 것.

국세청이 발간하는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근로자 1인당 평균 근로소득세는 91년 20만9000원에서 97년 53만9000원으로 158%가 늘어났다.

반면 자영자들의 1인당 평균소득세 부담액은 같은 기간 194만1000원에서 314만1000원으로 62% 늘어나는데 그쳤다. 자영자의 소득세 탈루 정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과세특례 및 간이과세제도가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상당 부분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책임이라고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재 정부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과세특례 및 간이과세제 폐지문제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에 의해 또다시 무산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온갖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는 과세특례와 간이과세제는 하루 빨리 폐지돼야 한다”면서 “영세 자영자의 급격한 세부담 증가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한시적인 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동아일보―참여연대 공동취재팀

▽동아일보〓정동우차장, 정성희복지팀장, 하종대사건기획팀장, 정용관, 홍성철, 김상훈, 권재현, 선대인(이상 사회부), 신치영기자(경제부)

▽참여연대〓김기식정책실장, 윤종훈전문가팀장(회계사), 하승수 박용대변호사, 최영태 이재호회계사 등 관계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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