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투자일기]김석규/경영자 능력을 보자

  • 입력 1999년 5월 26일 19시 17분


최근 우리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이뤄지면서 경영자의 능력에 따른 주가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CEO(최고경영자) 주가’다.

증권출신 행장이 들어선 모 은행이나 수십억원의 연봉에 젊은 사장을 스카웃한 모 증권사의 주가가 동종 업종에 비해 크게 오른 것이 그 예.

CEO주가란 전문경영인의 업무장악력과 예측력, 비전이 어떠한가, 나아가 그가 창출해내고 있는 기업의 문화가 얼마나 긍정적인가 등을 파악함으로써 해당기업의 미래상을 그려볼 수 있다는 것.

외국에서는 이같은 경영자의 능력이 주가향방에 결정적 요인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잭 웰치회장이 경영난에 허덕이던 제너럴 일렉트릭(GE)을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변모시킨 일이나 앤드류 그루브회장이 인텔을 최강의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업체로 성장시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만약 이들의 신상에 중대한 변화가 있다면 주가는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들의 시점점유율이 20% 안팎까지 높아지고 기관투자가들의 기업에 대한 질적 분석이 강화되면서 경영자의 자질과 사고방식은 중요한 투자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다.

물론 기업방문을 다니다보면 경영진이 대주주에 종속돼 있어 기업을 대주주의 사유물로 보는 회사들이 아직까지 상당수 있지만 분명히 변화가 느껴진다. 대주주만을 위하지 않고 주주와 종업원, 국가를 위해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는 경영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투자관행은 이러한 경영자의 의식변화가 선행될 때 정착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부터는 투자에앞서 경영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행동하는 지를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김석규 (한국투자신탁 주식운용 3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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