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현재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40% 정도인 4백3명. 나머지 60%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증권업계는 본래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 IMF 사태 이전만 하더라도 ‘증권맨’은 회사를 그만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이모씨(46·부도당시 차장)는 “직장을 잃었다는 사실 자체보다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 훨씬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재취업을 포기하고 조그만 가게를 하나 차리려고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있다. 재취업자 중 다른 증권사로 옮긴 사람은 67%인 2백70명이지만 고용조건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상당수가 1년 정도 근무한 뒤 실적에 따라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형태다.
다른 증권사에 들어간 박모대리(35)는 “계약직이다보니 영업실적이 부진하면 자리를 뺏길까봐 하루하루 피를 말리며 산다”고 털어놓았다.
직급별로는 중간관리자인 부차장급이 높은 재취업률을 보인 반면 평사원은 낮게 나타났다. 부차장급은 대부분 중년 가장이라 그만큼 필사적으로 하향 재취업을 감행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성 평사원은 재취업률이 아주 낮다.
재취업자 중 자존심을 팽개치고 전공과 무관한 건설업체 무역업체 사원이나 학원강사 등 생판 ‘낯선 곳’으로 뛰어든 사람도 80명(20%)에 이른다.
K증권 퇴직 사원 중에는 놀다가 지쳐 택시회사에 취직한 사람도 있다. 그는 택시를 몰고 간혹 자신이 근무했던 지점앞을 지날 때면 아는 식당 주인이라도 만날까봐 모자를 깊숙이 눌러쓴다고 말했다.
〈이명재·이승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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