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이슈&검증]“性매매 특별법 할말은 많지만…”

  • 입력 2004년 10월 14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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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에는 ‘금기(禁忌)’가 하나 있다. ‘성매매특별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석에서는 단골로 화제에 오르고 있고 그럴 때마다 법안에 대한 성토가 쏟아진다. 하지만 공식적인 언급은 절대 금물이다. 남성 의원들은 특히 더 그렇다. 행정자치위 소속인 한나라당 김충환(金忠環) 김기춘(金淇春) 의원이 11일 경북경찰청 국정감사장에서 이 문제를 건드렸다가 곤욕을 치렀다. 여성단체들이 들고일어나 두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섰기 때문이다. 화들짝 놀란 두 의원은 몇 번씩 해명을 되풀이해야만 했다.

14일 만난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제발 그 문제는 묻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어차피 말 해봐야 소용도 없는데 괜히 벌집을 건드릴 수 있다”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상당수 의원들은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내심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성 행위의 문제는 일종의 도덕률에 해당하는 것인데 어떻게 법으로 규제하고 처벌할 수 있겠느냐”며 “법이 너무 비대해지면 그만큼 부작용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경제적 파장을 우려했다. 그는 “가뜩이나 내수시장이 얼어붙어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관련 산업만 해도 10조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다”고 푸념했다.

물론 남성들 중에도 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도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해득실로 따진다면 우리 당이 이런 저런 손해가 많을 것이다”며 “그러나 우리 경제규모로 볼 때 이제 성문화 역시 품격 있는 사회를 향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당 차원에서 공식적인 반응은 자제하고 있다. 명분과 현실의 괴리가 큰 만큼 섣불리 나설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14일 기자에게 “최근 당내 회의에서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며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집창촌 여성들이 주택가 부근으로 퍼져 관리가 어려워지는 등 법의 실익이 없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공론화는 어려운 게 사실 아니냐”고 털어놨다.

집창촌이 지역구에 있는 정치인들은 더 곤혹스러워 한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에게 봉변을 당할까봐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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